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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마음이 모이면 찬 마음이 떠난다

편집부   
입력 : 2013-04-02  | 수정 : 201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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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가(愁心歌)에 '우수경칩(雨水驚蟄)에 대동강이 풀린다'는 말이 있다. 얼마 전 우수가 지났고 며칠 후면 경칩이 다가온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지만 날씨가 따뜻해져 동면하던 동물이 땅 속에서 깨어나고 봄기운이 돌아 초목에는 싹이 튼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희망의 봄은 온다. 봄의 따뜻함으로 꽁꽁 얼어붙은 산하대지를 저절로 모두 녹인다.

진각성존 회당대종사께서는 '실행론'에서 "따뜻한 마음이 모이면 찬 마음이 떠난다"(제3편 제7절 나)고 하셨다. 우리가 불공하여 깨달음을 구하고자 하는 것도 봄이 겨울을 녹이듯이 따뜻한 마음을 모으는 것이다. 따뜻함은 모든 것을 살리고 성장시키지만 차가움은 모든 것을 죽이고 공멸시킨다. 어리석고 어두운 부정적인 마음을 맑고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돌려 세워야 한다. 심인당도 따뜻한 마음이 모이는 곳이어야 한다.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기뻐 해주고 서원 해주는 곳이어야 한다. 따스함과 정겨움과 즐거움이 꽃피는 수행도량으로 거듭 나서 내 자신과 심인당이 동반 성장해야 한다. 

요즘 학계 주요 화두는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불쌍한 사람들)'이다. 레미제라블은 국내에선 '장발장'으로 더 유명한데 가혹한 감옥살이를 한 주인공이 사회에 대한 원망과 적개심으로 비관적인 삶을 살다 귀인을 만나 새사람으로 태어난 후 사람들에게 조건 없는 자비를 베풀었다.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떤 사상도, 어떤 시스템도, 어떤 메카니즘도, 어떤 정책도, 어떤 종교도 아닌 내면의 따뜻함이다. 사람이 선물이고 사람이 희망이고 사람이 부처님(一切衆生悉有佛性)이기 때문에, 사람으로 기존의 삭막하고 각박한 세상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수 있기에, 요즘 학계에서 재조명 받고 있는 것이다.

'구운몽'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조선 중기의 문신 김만중(金萬重)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불서(佛書)의 내용이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하고 있다. 즉 "어린아이는 우는 것으로 힘을 삼고, 여인네는 성내는 것으로 힘을 삼고, 국왕은 교만함으로 힘을 삼으며, 비구는 인욕으로 힘을 삼고, 보살은 자비로써 힘을 삼는다"(乳兒以啼爲能 婦人以嗔爲能 國王以?爲能 比丘以爲忍爲能 菩薩以慈爲能)는 것이다. 그렇듯이 진언행자는 모름지기 자비라는 부드러움과 온화함으로 담대(膽大)하고 당당하게 힘을 삼아 나아가야 한다.

우리도 육자진언염송으로 항상 선량한 마음을 일으켜 마음을 봄처럼 따뜻이 세우면 만사가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들이 생긴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사바세상을 극락정토로 만들려고 오신 것이 아니라 본래 이 세상이 정토임을 가르쳐 주시려고 오신 것처럼 자비심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을 채워야 한다.

경칩 때 개구리가 봄의 전령에 화들짝 놀라서 깨어나듯이 따뜻한 마음을 모아 내 자신의 미혹(迷惑)이 깨달음으로 승화될 때, 내 인생에 희망의 봄은 시작되는 것이다.
항상 행복하십시오.     

능원 정사/실행론심화연구모임 연구위원·대명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