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장 석정 스님 입적, 법구는 생명나눔 통해 기증

편집부   
입력 : 2012-12-27  | 수정 : 201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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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생 불화의 맥을 이어온 중요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석정 스님이 원적에 들었다. 12월 20일 밤 11시 50분 경남 양산시 부산대병원에서 입적한 석정 스님의 세수는 84세, 법납은 72세다. "기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기증하고 싶다"는 스님의 유언에 따라 법구는 생명나눔을 통해 동국대 경주캠퍼스 한의과대학에 기증됐다.

석정 스님은 2011년 8월 부산 선주산방에서 생명나눔실천본부에 장기·안구(각막)·조직·시신을 모두 기증한다는 신청서에 서명했다. 당시 스님은 "죽은 후 장례식을 잘하는 것보다 신체의 피 한 방울, 뼈 한 조각이라도 남을 위해 베푸는 것이 중요하다"며 장기기증은 최후의 숭고한 보시임을 강조했다. 특히 이날 스님의 뜻을 이어 상좌인 선화가 수안 스님, 성보문화재연구원장 범하 스님, 금강사 주지 혜성 스님, 불광사 주지 혜광 스님, 청평선원 무현 스님, 통도사 송천 스님 등 스님과 신도 20명도 함께 기증서약을 해 화제가 됐다.

석정 스님의 마지막을 지킨 제자 수안(선화가·문수원 주석) 스님은 "큰스님께서는 사후 법구를 기증하고 호사스러운 장례를 하지 말라 당부하시고 앉은 자세로 열반에 드셨다"면서 "후학들에게 큰 가르침을 남긴 우리시대 큰 어른"이라고 말했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은 "큰스님께서 몸소 보이신 자비나눔정신을 가슴에 품고 우리 사회의 기증문화 활성화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했다.

석정 스님은 1928년 강원도 고성군 신북(외금강)면에서 태어났다. 1940년 송광사에서 석두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같은 해 불모(佛母) 일섭 스님에게 불화를 사사했고 그 다음 해 인가를 받았다. 1969년 부산, 1970년 서울 선서화전을 시작으로 각종 전시회를 열어 불사에 도움을 줬으며, 대한민국불교미술전람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1976년 작업실 겸 수행처로 쓰고 있는 선주산방을 신축하고 입적 때까지 주석했다. 1992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으로 지정됐고, 2006년 1월 단청장에서 독립한 중요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으로 지정됐다. 2007년 '한국의 불화' 40권을 완간하고, 서울과 부산에서 연묵전 을 열었다. 같은 해 대한민국문화포장(보관훈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