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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가야 이루어진다

편집부   
입력 : 2012-11-16  | 수정 : 201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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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도 나는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똑 같은 길을 따라 학교로 왔다. 아무런 생각이 없이 시간에 쫓기듯.
우리는 누구나 꿈꾼다. 오늘 나에게 가슴 설레이는 무언가가 일어났으면 하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저녁이 되면 똑 같은 일상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사실, 태어나서 어느 순간까지 만나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것은 때론 새로움으로, 때론 설레임으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때론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가보지도 않고 두려워하면서.

장자의 글을 읽다가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길은 가야 이루어진다)이라는 대목에서 한참동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릴 때의 나의 어리석음을 발견한 것이다. 가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고 편하기만을 바랐던 나를 발견한 것이다.

우리는 늘 힘들지 않기를 바라고, 늘 순탄하기를 바라고, 편안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삶의 과정에서 힘듬과 괴로움이 없을 수 없다. 공자도 "사람들은 즐겁기를 바라고,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그 즐거움과 행복이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극복한 나머지에 얻어지는 것임을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고, '벽암록'에서도 "생은 고통에서 시작이 되고, 죽음에서 즐거움이 마쳐진다"라고 했다. 이렇게 보면, 인생은 어차피 고됨과 괴로움의 과정이다. 그러니 피하려고 하지 않고 맞서 나가는 것이 해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길은 가야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내 앞에 길이 놓여져 있지만, 그것은 나의 길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길이다. 내가 내 길을 가자고 한다면 한발 내디뎌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내 길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 두렵지만 한 발자국을 내디디자.

위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신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