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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대 스승

편집부   
입력 : 2012-09-24  | 수정 : 201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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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난처하고 난감한 일 중의 하나가 스승의 날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학급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약간의 돈을 걷어서 스승의 날 당일, 칠판에는 풍선이나 색종이테이프 등으로 장식하고, 교탁 위에는 조그만 케이크나 초코파이 등을 쌓아서 촛불을 밝히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주면서 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준다. 노래를 들으며 잠깐 동안이지만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만한 교사인가? 스승이긴 하나?” 하고 생각하면서 민망함에 만감이 교차한다.

간혹 모임에 참석해서 인문계 여고 교사라고 하면, 다른 참석자들로부터 받는 대부분 질문은 이렇다. 학교혁신, 대입제도의 변화, 선행학습, 사교육비 걱정, 공교육의 붕괴, 촌지,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 등…. 그런데 내가 학교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하는 일은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일이고, 이는 매일 반복된다.

“넌 왜, 아침 등교시간이 늦니?” “명찰은 왜 안 달았니?” “치마길이가 왜 이렇게 짧아?” “머리 파마는 왜 안 풀었니?” “염색 안 지울래?” “수업 준비물은?” “왜 수업시간에 떠드니?” “졸지 말고 잘 들어라.” “계단에서 뛰지 마라.” “식당에선 줄을 서라.” “기다리는 다음 사람을 위해서 빨리 식사해라.” “잔반 남기지 말고 다 먹어라.” “수업시간에 늦지 않게 들어와라.” “종례할 땐 귀담아 들어라.” “청소시간에 도망가지 마라.” “책상부터 밀고, 비질하고, 그 다음에 걸레질을 해라.” 등

교직생활을 하면서 교사, 선생 또는 스승 등으로 불리면서 제일 부담스러운 호칭은 역시 스승이다. 꽤 오래 전에 졸업한 제자로부터 나는 대수롭지 않게 한 말과 행동이 그 당시 학생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는 말을 듣게 되면 내 스스로가 숙연해 진다.

매년 7월 15일은 우리 종단에서 정한 해탈절이다. 나 역시도 해탈절을 앞두고는 49일 조상 추복불사를 해왔다. 올해에는 자성일과 겹쳐 심인당에서 자성일불사와 해탈절불사를 함께 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뜻 있는 신교도 여러분들의 협찬을 받아서 금강회 보살님들이 비빔밥을 준비하고, 그 날만은 특별히 스승님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서 과일 등으로 보기 좋게 식탁도 마련했다. 은혜로운 마음으로 정사, 전수님을 공양한다는 것은 신교도의 즐거움일 수도 있고, 공덕(功德)도 된다. 식사 전에 전체 신교도들이 일어나서 스승님을 향해 합장례를 하는 모습에서 스승님은 응공(應供)이라 나와 같이 민망함에 만감이 교차하지는 않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조남일 / 진선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