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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것이 다 은혜입니다

편집부   
입력 : 2012-07-11  | 수정 : 201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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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7월 15일 해탈절에 즈음하여 불현듯 친정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해탈절 탓만은 아닐 겁니다. 해탈절이면 으레 목련존자의 지극한 효심을 떠올리게 될 터이고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부모님께 감사할 수 있는 시간들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면서부터일 겁니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들은 모두 나의 마음의 투영입니다. 내가 힘들고 괴로운 것은 세상이 힘들고 괴로운 것이 아니라, 내가 힘들고 괴롭기 때문입니다. 내가 고요하면 세상도 고요하고, 내가 행복하면 세상도 행복합니다. 누구를 원망하고 미워할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주어진 것이 다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세상과 나는 홀로 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님을 여실히 깨달을 수 있습니다.

작년 6월 14일 창교절 아침 친정어머니(법연혜)는 조용히 열반에 드셨습니다. 이생에서 거처를 옮기신지 꼭 일 년하고도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열반에 드시기 일주일 전 어머니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혹여 미워했거나 원망했던 사람이 있습니까?" 수원심을 가지고 이생을 하직하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물어 보았습니다. "전혀 없습니다. 그저 너무 복 지은 것이 없고 제대로 실천한 것이 없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진각종을 만나서 행복했고 가정이 화목했으니 다 부처님과 종조님의 은혜이지요."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기며 종조님께서 "효는 지성(至誠)이고 표시할 수 없으며 효를 알 때가 되면 부모는 이미 세상에 안 계신다"고 하신 말씀을 오늘도 가슴에 되새겨봅니다. 그대와 함께 맞이한 빛났던 나날들, 찰나의 순간까지 기억하겠습니다. "마음을 태평양처럼 넓고 크게 가지셔야 자기 그릇만큼 교화가 됩니다. 전수님, 꼭 큰 스승님 되셔야죠"라고 평소 늘 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제 귀에 생생한데 그 후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가가 분명해졌습니다. 나는 대한불교진각종 정정심인당 스승이며 희사하고 염송하는 전수임을 너무도 극명하게 일깨워 주셨습니다. 부모는 열 자식을 다 거두어도 자식은 한 부모를 거두지 못한다는 옛 어른의 말씀을 한 아이를 키우면서 한참 세월이 지난 뒤에 깨닫고 알게 되었습니다.

무명업보에 쌓여 캄캄한 세월을 외로이 지새울 딸이 염려스러워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만남(부처님과 종조님)을 알게 해주신 그 크나크신 은혜, 세상에서 가장 값진 진리를 물려주심을, 이젠 당신 떠나신 그 꽃자리, 누구에게 어디 가서 다시금 길을  물으오리까? 법연혜 가시매 가시매 부디 왕생극락하소서.

수진주 전수·정정심인당 교화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