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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편집부   
입력 : 2012-06-05  | 수정 : 201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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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떤 사람이 저녁만찬(파티)에, 일곱시까지 열 명의 손님들을 초대했습니다. 어스름한 저녁 무렵이 가까워오자 한두 명씩 파티석상에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정각 일곱시가 되자 중절모를 쓴 나이 지긋한 한 사나이가 말했습니다. "이제 다 모인 것 같으니 빨리 파티를 진행합시다." 그러자 이 파티를 주재한 그 집 주인이 "정말 죄송합니다. 꼭 와야될 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도착하는 대로 곧 파티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하자 갑자기 파티장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괘씸한 생각으로 가득 차 올랐습니다. 손님들 각자의 마음 속에 "그럼, 우린 뭐야? 도대체 나는 뭐란 말이야!"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은 세상에는 세 가지의 사람들로 분류해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첫째, 꼭 필요하고 있어야 할 존재. 둘째,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 셋째, 꼭 없어져야할 암적인 존재입니다. 심인당 근처 채 6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노숙자쉼터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심인당에 노숙자나 극히 정상으로 보이는 청년들까지도 가끔 차비 좀 보태달라며 찾아오곤 합니다. 어느 하루는 육십 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심인당으로 찾아왔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절에 인연이 있어왔으니 돈을 좀 보태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몹시 당황스럽고, 어떻게 하면 가난한 인연을 벗어나 해탈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한때 청담 스님께서 다리 밑을 지나가고 있는데 한 거지가 다가와 구걸을 하길래 "관세음보살 열 번만 부르면 먹을 것과 돈을 줄 테니 외워 보라"고 하니 그 박복한 거지가 "내 굶어 죽었으면 죽었지 관세음보살은 못 부르겠다"고 거절을 했다는 일화가 떠올랐습니다. 궁리 끝에 '칠정진을 하면 차비를 준다고 할까, 아니야 옴마니반메훔 열 번만 부르라고 할까, 아니 화장실 청소를 해보라고 할까.' 혼자서 별의 별 생각을 다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아무 것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돈만 줘서 보냈으니 가난한 인연만 더 보태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찌 보면 세상에는 신체적 장애보다는 마음의 장애를 더 많이 안고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백년을 살아도 깨닫지 못하는 삶과 하루를 살더라도 깨달은 삶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 나는 은혜로운 부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불행하고 원망스런 중생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세 부류의 사람 중 나는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지,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항상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수진주 전수·정정심인당 교화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