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사설

사설(제578호)

편집부   
입력 : 2012-04-19  | 수정 : 2012-04-19
+ -

선거사범 엄단으로 법정신 다시 세워야 한다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났다. 300명의 당선자들에게는 축하를, 그 보다 몇 배나 많은 낙선자들에게는 위로를 보낸다. 특히 정정당당하게 정책과 인물로 승부한 끝에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 '지고도 이긴' 낙선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갈채를 보낸다.

선거는 끝났지만 후유증이 걱정이다. 대검찰청 공안부는 지난 12일 "당선자 79명을 포함한 선거사범 1,096명을 입건하고, 그 중 39명을 구속했다"고 밝히고 "선거법위반 당선자는 79명이 입건돼 1명 기소, 5명 불기소, 73명은 수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246개 지역구 당선자 가운데 셋 중 하나는 선거법 위반혐의로 입건되었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 18대 총선 선거일 기준 당선자 37명을 포함한 입건자 792명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이다.

물론 입건이 곧 유죄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법원에 의해 당선자가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선거회계책임자가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므로 경우에 따라 대규모 재ㆍ보궐선거를 치러야 할 개연성이 높다. 낙선자들에 의한 당선무효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어 향후 정국의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형별로는 흑색선전사범이 35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금품선거사범, 불법선전사범, 폭력선거사범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근거 없는 주장으로 상대를 곤경에 빠뜨린 흑색선전사범이 18대 총선의 140명에 비해 대폭 증가했음이 드러났다.

이번 4.11총선에 유독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선거구가 많아 상대적으로 많은 선거사범을 양산해 내었다고는 하나 법을 만들 사람들이 법을 어기는 일부터 시작한 것은 어떤 논리로도 변명할 수 없는 일이다. 법은 만인에 평등하다. 그러나 법을 만드는 사람이나 집행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 법을 만드는 사람의 준법정신이 평범한 수준이라면 이미 그것은 생명력 없는 법에 지나지 않는다. 법은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 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들이 더 잘 지켜야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식이나, 이기면 그만이라는 식의 결과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선량(選良)'으로 불리는 국회의원의 자격을 상실한 사람들이다. 유권자들로부터 '선택된 양심'이라면 필부필부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도 불법, 탈법, 위법을 예사로 저지르고도 법망을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면 그 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나라 전체의 풍토가 걱정이다.

검찰은 "4·11 총선의 공소시효인 10월 11일까지 선거전담반을 운영해 최대한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주요 선거범죄에 대해서는 고소·고발 취소에 상관없이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었던 후보들에 대해서는 당적과 당락 여부를 떠나 보다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박사학위 논문의 대필, 혹은 복사 혐의를 받고 있는 당선자나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당선자 등에 대해서는 본인의 명예를 위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 만약 이런 저런 혐의가 깨끗이 벗겨지지 않은 채 유야무야 시간만 끌게 된다면 가뜩이나 만연한 결과주의 풍조가 우리사회를 더욱 병들게 할 것이다. 또 '90만원 벌금형' 같은 '정치적 꼼수'에 의한 선고는 국민들의 냉소주의를 조장하는 결과만 가져올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덧붙여 유권자들의 '묻지 마 투표'도 불법 타락 선거의 주원인임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유권자들이 '바르게 보고[正見]' '바르게 생각[正思惟]'해서 '바른 투표 행위[正業]'를 했다면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는 훨씬 성숙해졌을 것이다.

법원은 1,096명의 선거사범에 대한 엄격한 판결로 흔들리는 법 정신을 다시 세우고, 유권자들은 철저한 각성으로 건강하고 성숙한 민주주의 실현에 힘을 보태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