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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처음처럼

편집부   
입력 : 2012-02-28  | 수정 : 201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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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그 사람의 능력보다 그가 평소에 베풀었던 배려로 세상을 살아간다라고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심인당 생활을 하다보면 이래저래 보살님들로부터 공양 받는 일들이 있습니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이면 잊을 수 없는 한 보살님이 떠오르곤 합니다. 몇 해 전 한 보살님으로부터 선물 하나를 건네 받았습니다. 선물 상자를 열어보니 흰색 여름조끼 1벌과 겨울조끼로 보이는 고동색조끼, 골덴으로 만든 주황색조끼, 총 3벌의 조끼와 함께 예쁜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편지에는 "전수님 등 시린 것 빨리 나으셔서 전수님도 저희도 함께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어디서 제가 등 시리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조끼를 자세히 보니 보살님께서 제가 등 시리지 않도록 목화솜을 두둑하게 넣어 손수 다 만드신 것 같았습니다. 보살님의 따뜻한 정성과 배려에 금세 눈시울이 붉어져 왔습니다.

지금껏 내 마땅히 이렇게 공양을 받아도 될 만큼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는가를, 지금도 그 조끼를 볼 때마다 최소한 부처님과 종단에 빚지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겠구나, 늘 발심하게 됩니다.

부처님께서는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變正覺)이라고 하시며 처음 한마음을 내었을 때 그것이 부처님 마음이고 바른 깨달음이라고 하셨습니다. 처음 먹었던 한마음을 변함 없이 지켜나가며 자신을 돌이켜 비추어 봄으로써 매 순간 마다 자기를 놓치지 않고 한 길을 가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제 3월이면 우리는 어김없이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신학기를 준비할 것이며 분주히 봄을 맞이할 것입니다. 꽃잎 지고 그 상처 위에 다시 돋는 봄처럼 늘 처음처럼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늘 깨어있는 사람으로서 처음도 또 중간도 끝도 좋은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수진주 전수·정정심인당 교화스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