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가상세계

편집부   
입력 : 2012-01-31  | 수정 : 2012-01-31
+ -

SNS의 영향력 증대, 시티 파머와 뉴 시니어족 등장, 민주화 요구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비판 확산, 블랙 스완(Black Swan·있을 법하지 않은 재난사고)에 대비한 위기관리 중요성 대두…. 반드시 그 방면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2012년과 그 이후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키워드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아이템들입니다. 이들 리스트에 가상세계의 도래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연 전 상영된 3D 입체영화 '아바타(Avatar)'는 가상세계(Virtual Space)에 대한 섬뜩한 관심을 일깨웠습니다. 주인공이 분신에 접속하여 가상세계를 드나들며 활약을 펼친다는 설정으로 큰 충격을 준 것이지요. 오늘날의 사물 인식 트렌드는 '보고 듣는 행위'에서 '보이는 너머의 것을 느끼고 체험하는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는 듯합니다. IT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란 개념이 낯설지 않게 통용되고 있는 요즈음이군요.

사이버세상의 ID는 개개인의 디지털 분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잠자는 아바타를 깨워 가상공간으로 유랑을 떠납니다. 미니 홈페이지를 운영하거나 SNS를 통해 인맥을 관리하고 가상세계의 이웃과 커뮤니티를 이루어 교호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죠. 하루라도 로그인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해 합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남루한 현실을 잊게 하고 현실보다 더한 실재감으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군요. 그로 인한 폐해가 사회 전반에 충격을 던져주는 일도 심심치 않게 들려올 수밖에. 격투기 게임에 몰두하던 청년이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동해 불특정 대상을 겨냥해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다거나….

시나브로 이미지와 현실이 공존하고, 현실과 가상, 픽션과 다큐, 소문과 진실이 혼재해 아날로그적인 믿음과 정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현대인들은 익명(匿名)의 세상에서 소외되고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오직 혼자입니다. 감각과 이미지가 활개 치는 세상에는 정신과 영혼이 들어설 자리가 없는 법이어서 마음이 울울합니다. '아바타'의 세계가 일상에 틈입(闖入)하여 서서히 어두운 땅거미를 드리우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미 현실세계와 뒤섞여 구분할 수 없는지도 모르죠.

김창식(수필가·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