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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한 번 돌아보고 앞으로 가자

편집부   
입력 : 2011-12-16  | 수정 : 201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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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조님께서는 "실상같이 자심 알아 내 잘못을 깨달아서 지심으로 참회하고 실천함이 정도이다"고 하셨다. 이번에는 이것을 진각종단에 적용해 보자. 그대로 적용하면 "있는 그대로 종단의 실정을 파악하여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근본 원인을 밝혀 모든 역량을 다해 개선하는  것이 정도이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1월 29일 제375회 임시종의회에서는 진각종의 문화정책계획 실행을 위해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게될 (가칭)회당문화재단 설립을 의결했다. 이로써 진각종은 종헌 제14장에 기술되어 있는 육영사업, 복지사업, 문화사업의 세 기둥을 명실상부하게 세우게 되었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뿌듯해야할 역사적 결단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구석의 허전함은 어찌된 일인가. 스스로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종립 위덕대학교는 1996년 9개 학과 400여 명의 재학생으로 시작하였으나 지금은 재적학생 4천5백여 명의 종합대학교로 성장하였으며 2010년 예산만 하더라도 300억 원을 상회하고 있다. 진각복지재단도 1998년 종단에서 9억8천만 원을 출연하여 조촐하게 시작하였으나 지난달 직원연수에는 34개 시설에서 365명의 직원이 참석할 정도로 성장하였으며 예산도 역시 위덕대에 버금가는 정도이다.

진각종에서는 불과 얼마되지 않은 시간에 놀라운 외연의 성장을 일구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에 우리 본연의 영역인 진각종의 신교도는 얼마나 활성화 되었는가. 위덕대가 설립되기 전 서울·대구계단에서 수계관정을 받은 교도를 보면 진기 46(1992)년 473명, 진기 47(1993)년 494명, 진기 48(1994)년 412명이었다.

반면 최근 서울·대구계단에서 계를 받은 신교도는 2009년 281명, 2010년 315명, 2011년 256명으로 위덕대나 진각복지재단이 설립되기 전보다 오히려 초라하다. 물론 2007년에 발생한 종단사태의 영향이라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전의 성적은 어떠한가. 2006년 서울·대구계단에서 계를 받은 신교도는 428명, 2007년 311명으로 위덕대나 진각복지재단 설립이전과 별반 다를 바가 없으며 오히려 위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진각종의 본래 창종목적은 무엇인가.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종립 위덕대와 진각복지재단이라는 폭발적 외연확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중생제도 성적표는 어찌 이렇게 초라한 것일까. 육영사업, 복지사업, 문화사업은 사회를 리더하고 있는 종교집단에서는 꼭 해야할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대 사회회향의 실천과 종단 브랜드의 가치상승이라는 무형의 소득도 있었음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종교 본연의 목적이다. 바로 중생의 제도이며 신교도의 확장이다. 

외연의 기관이 성장하면 종단의 성장도 같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왜 그렇지 못한 것일까.  앞으로 설립될 회당문화재단도 마찬가지다. 회당문화재단이 성장한다면 당연히 종단의 교세도 성장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종단, 위덕대, 진각복지재단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종단, 위덕대, 복지재단, 문화재단이 자동차의 네 바퀴처럼 일체를 이루도록 공동체의식을 갖고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위덕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신교도를 교화하는 스승을 발굴, 양성하고 자질을 함양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군에서 장교를 양성하는데도 육군사관학교, 육군제3사관학교, ROTC 등 여러 채널을 통해서 이루어지듯 종단 내부에서도 스승을 양성하지만 위덕대를 통해서도 양성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진각종은 생활불교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일반인의 생활 속에 쉽게 침투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일반인들이 자연스럽고 쉽게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을 위덕대에서 기획성있게 연구하여 종단에 제시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교수들과 진각종 스승들이 서로의 수행체험을 공유하면서 연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진각복지재단은 치유의 관점에서 종단과 관계설정을 이루어 나가면 어떨까. 과거 심인당에서는 정신질환자나 몸이 아픈 사람들이 육자진언 수행을 통하여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였다. 육자진언이 분명하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미더운 증거이다. 복지재단의 종사자와 종단이 서로 협력하여 육자진언 수행방법을 명상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시설의 이용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도록 한다면 종단과 진각복지재단이 서로 보완될 것이다.

회당문화재단의 방향설정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문화는 곧 정신이요, 기풍이다. 종조님께서는 "도상(圖像)을 숭상하는 사찰은 장엄한 위의(威儀) 앞에서 감히 악을 행할 수 없는 순후한 시대의 도덕적 권가화현(權假化顯) 방편이므로 성불은 더디지만 악도에는 떨어지지 않는다. 진각밀교는 심인을 깨쳐 인과를 내증하고 법신부처님의 당체설법을 밝게 보아서 홀로 어두운 곳에서라도 악을 행할 수 없는 진실한 실천법이므로 칭찬을 받지 않아도 선도(善道)로 나아간다"고 하셨다. 종조님은 형식을 타파하고 본질을 중요하게 여기셨다. 본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 그게 바로 진각종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2009년 5월 28일 '하바건'이라는 여인이 이슬람 문화를 소개하기 위하여 우리나라에 왔다. 그때 한 기자가 물었다. 이슬람 사원 안에 어떠한 상징이나 동상이 없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때 하바건은 이렇게 답했다. "우상을 섬기지 않기 위해서죠. 상(像)이나 그림을 세워놓으면 사람들이 기도할 때 상(像)과 그림에 집중을 하게 되니까요." 이 장면에서 나는 강한 전율을 느꼈다. 이슬람이 왜 세계적인 종교가 되었는지 나의 폐부를 뚫고 들어왔다. 진리를 체험시키려면 상이나 그림에 집중하게 해서는 안 된다. 본질을 꿰뚫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게 종조님의 정신이요, 진각종의 문화이다. 이런 문화를 어떻게 살려나갈 것인가. 우리는 더 깊게 고민해야 한다.

혜언 정사 / 종조법어연구모임 연구위원·보광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