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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나로 인연한 것이다

편집부   
입력 : 2011-12-06  | 수정 : 201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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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연기법은 자신을 기준으로 모든 사실을 설하고 있습니다. 즉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此有故彼有)'라는 말은 나로 인하여 모든 일이 벌어진다는 뜻입니다. 우리들이 연기법을 깨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을 연기 세계의 중심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며, 종조님께서 '상대자의 저 허물은 내 허물의 그림자라'고 말씀하신 것도 상대자의 허물이 나로 인유한 것임을 깨쳐보라는 가르침입니다.

어느 우스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장학관이 교장과 담임선생님과 함께 학생들의 수업태도를 시찰 중이었습니다. 마침 지구 모형인 지구의(地球儀)를 교탁 위에 올려놓고 지구의 자전운동, 공전운동, 세차운동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장학관은 세차운동 때문에 지구축이 기울어져 있다는 수업내용을 학생들이 이해하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한 학생에게 질문하였습니다. "지구의가 왜 기울어져 있지요?" 그러자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또 다시 담임선생님에게 물으니 "제가 만져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라고 뜻밖의 대답을 하였습니다. 장학관은 지구축이 기울어진 이유를 학생도 알지 못하고 담임선생님 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어서 교장선생님에게 질책하듯이 물어 보니 "원래 구입할 때부터 기울어져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답니다. 이는 문제점이 생겨도 자신의 잘못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이 옳다는 것에 마음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일본에서는 새 총리로 노다 요시히코가 취임하였는데 그는 '마쓰시다 정경숙' 출신의 최초 총리입니다. 정경숙은 '정치와 경제를 공부한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30년 전에 설립되었습니다. 이는 당시 정치인들이 세습적 관행으로 인하여 정치적 발전에 한계가 보임에 따라 일본의 앞날을 걱정한 마쓰시다그룹의 창업자인 마쓰시다 고노스케(1894∼1989)가 국가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무료 교육기관입니다.

수년 전에 한 기자가 마쓰시타 회장에게 사업가로서의 성공비결을 물어 보았습니다. 그는 "하늘의 큰 은혜를 입고 태어났다"라고 간단히 답변하였습니다. 즉 가난한 것, 허약한 것, 못 배운 것 조차도 은혜로 여겼던 것입니다. 가난했기에 부지런히 일했고, 병치레가 잦았기에 건강관리에 노력했으며, 초등학교 4학년 중퇴이기에 항상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받들어 배우는 데 힘썼다는 것입니다. 바로 자신의 허물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보완해 가는 과정이 곧 성공비결이었으며 정경숙의 설립도 일본 정치의 허물을 사업가의 관점에서 보완하기 위한 실천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종종 남이 나를 험담하거나, 한 일들이 잘 못되었거나 혹은 마음먹은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마다 자신 허물 찾기에 주력하기보다는 잘못된 원인을 밖에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참회를 통하여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마음속으로 꾸짖으며 나아가 상대방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이는 참회를 함으로서 자신의 마음을 청정심으로 이끄는 수행방편이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남에게 용서를 빌 정도가 되면, 마음은 벌써 청정하게 정화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종조님의 참회 가르침은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고 고쳐나감으로서 남에게 용서를 받는 것은 물론, 청정한 본심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지·비·용을 실천함으로서 자신의 서원을 성취해 가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나로 인유한 것임을 깨쳐보고 자신의 허물을 고쳐 나가려는 '참회와 실천'을 통해서 모든 고통을 해탈해 가기를 서원합니다.
혜담 정사 / 종조법어연구모임 연구위원·의밀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