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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매트 가르는 네 부자

편집부   
입력 : 2011-11-30  | 수정 : 201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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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심인당 레슬링 가족

중학교 때부터 7년 동안 레슬링 매트를 가르며 활약하던 영광심인당(주교 진광 정사·광주 북구 두암동) 신교도 효성(김형구·47) 각자는 집안 사정과 어려운 여건들로 인해 매트를 떠나게 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 년이 흘러 세 아들과 함께 다시 레슬링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레슬링 국제심판으로 대한레슬링협회 심판장이자 심판위원을 겸하고 있는 효성 각자는 레슬링과의 인연이 깊다. 효성 각자는 중학교 때부터 시작한 레슬링을 7년 여 간의 선수생활을 끝으로 다시 매트 위에 설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 아들 김수빈(23세·상무팀 소속) 군을 통해 레슬링을 다시 만났다. 평범하게 중학교에 진학한 수빈 군이 어느 날 펜싱을 시작하게 돼 광주체중으로 전학을 보냈더니 아버지를 따라 레슬링 선수가 된 것이다. 효성 각자는 "아들의 레슬링 시합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설레고 선수생활이 떠올랐다"며 "선수생활을 다시 할 수 없어 시작하게 된 것이 국내심판자격증 공부였다"고 했다. 그 길로 국내심판자격증을 취득하고 호주, 중국 등으로 유학을 떠나 국제심판자격증을 취득한 효성 각자는 시합장에서 아들은 선수로, 자신은 심판으로 레슬링과의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버지와 형의 영향으로 둘째 아들 김은빈(21세·한국체대 2년) 군과 셋째 아들 김가빈(14세·상무중 1년) 군도 중학교에 진학하며 레슬링을 시작했다. 은빈 군과 가빈 군은 중학교 진학과 함께 자발적으로 레슬링을 하고 싶어했다. 효성 각자는 "막내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도 줄곧 잘하고 학생회장도 맡아와서 운동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놀랐다"며 "하지만 중학교 1학년인데도 불구하고 상급생들을 제치고 결승에도 오르는 등 두각을 보이고 있다"며 아들의 실력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세 아들이 늘 안타까운 것이 효성 각자의 마음이다. "세 아들이 각자 소속팀에서 훈련을 하기 때문에 함께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잘 없다"며 "시합장에서 만나는 세 아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으면 늘 마음을 졸이게 되고 직접 매트위로 올라가 경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효성 각자는 본인만큼 세 아들의 심정을 더 잘 알기에 늘 시합장에 가면 금강권을 해서 10분씩 마음 속으로 '옴마니반메훔'을 염송한다. "국내외 경기로, 잦은 출장으로 심인당을 자주 찾을 수는 없지만 염송을 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믿음의 힘이 생겨 든든해진다"는 효성 각자의 말에서 그의 굳은 신심을 느낄 수 있었다.

매년 국내외로 10여 개 정도의 레슬링대회가 개최된다. 레슬링 선수는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으로 나뉘는데 5분을 위해 선수들은 엄청난 연습과 힘을 사용해야 한다. 효성 각자는 "레슬링은 자신과의 싸움이며 자기한계의 도전"이라며 "직접 해 본 운동이기에 세 아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만으로도 고맙고 대견하다"고 했다.

"바람이 있다면 2년 후 개최되는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과 5년 후 열릴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세 아들과 함께 나가고 싶다"고 수줍게 말하는 효성 각자에게서 세 아들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올림픽에서 레슬링 매트를 가르는 김수빈, 김은빈, 김가빈 군과 효성 각자를 하루 빨리 만나길 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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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김민지 기자 213minji@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