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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신불의 살아있는 설법, 당체법문

편집부   
입력 : 2011-11-15  | 수정 : 201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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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종은 밀교종단이다. 이 때의 밀교는 불교 속의 밀교를 말하며, 현교에 상대적인 교리용어라 할 수 있다. 현교는 인간의 몸으로 화현하신 석가모니불이 설법의 주체인 교주이고, 과거 이천육백여년 전에 설하신 팔만사천의 경전이 법이다. 반면 밀교는 진리 그 자체를 몸으로 하고 계시는 법신 비로자나불이 설법의 주체인 교주이고, 진리 그 자체로 설법을 하고 계시는 것이 밀교의 법에 해당하는 당체의 법이다.

흔히 당체법이라 하면 원하는 바를 취사선택하기 위해 활용하는 현증법문과 어떤 징조를 보고 판단하는 것을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 같은 것들을 모두 포함하여 우리가 살면서 느끼고 체험하는 모든 일들이 다 당체법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진각교전에서는 ‘시방삼세 나타나는 일체 모든 사실들과 내가 체험하고 있는 좋고 나쁜 모든 일은 법신불의 당체로서 활동하는 설법이라(당체법문편)’고 설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같은 법신불의 살아있는 설법을 듣는 것을 밀교라고 종조님께서는 말씀하고 있다.

‘밀(密)은 색(色)을 이(理)로 하여 일체세간 현상대로 불의 법과 일치하게 체득함이 교리이니 체험이 곧 법문이요, 사실이 곧 경전이라(당체법문편)’고 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종조님의 밀교에 대한 정의다. 즉 밀교란 현상(색)을 이치로 보고 일체 현상을 그대로 불의 법인 인과(인연)법으로 깨달아 체득해 나가는 것이 밀교의 근본 교리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체험 속에 법신불의 설법(법문)이 있고, 일어나는 사실이 바로 법신불의 가르침을 담은 경전이라는 것이다. 즉 ‘(현교의)문자의 경은 성인의 실천한 자취요, 참 경은 우주와 인생과 생활

속에 있나니 오직 실천 증득으로 읽어 갈지라(종조법어 46)‘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이치를 알고 현상 속에서 법문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밀교를 아는 이요, 이 같은 이치를 모르는 이는 밀교의 법을 모르는 사람이며 진언행자가 아닐 것이다.

이 같은 당체법문을 통해서 우리 진언행자는 삶의 모든 문제를 풀어 나왔다. 과거 심인당에서는 고(苦)가 있을 때 ‘염송해 보라. 깨달아 보라. 참회해 보라. 실천해 보라’라고 진각종적 실천의 전형을 제시했던 것처럼, 염송을 통해서 인과를 깨달아 자기 허물을 참회하고 진리에 맞게 실천해 나가는 것이 당체법문을 통한 우리 진언행자의 실천이라는 것이다.

종조님께서는 통념적이 아닌 이 같은 법신불의 당체법을 통하여 종단 초기의 모든 교법을 확립했기에 불교역사상 가장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모습의 진각종이 탄생할 수 있었고, 법신불의 법이 살아 움직이는 불교인 법불교(法佛敎)를 펼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법신불 당체의 법을 통하여 나의 허물을 깨달아 참회하고(사리필구), 공사 생활에 있어 당체의 법을 통하여 좋고 나쁜 길을 잘 분별 선택하며(생활취사), 이것을 다시금 공사손익 그 인과를 증득하면서(결과내증) 지혜를 밝혀 나쁜 길을 버리고 좋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 당체법문을 통한 우리 진언행자 모두의 실천강목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진언행자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이 당체법문을 나의 허물을 깨닫고 지혜를 밝히는 법으로 적극 활용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올바르게 종조님의 뜻을 받들고 진각밀교를 흥왕(興旺)하게 하는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법경 정사/ 종조법어연구모임 전 연구위원, 시복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