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예불로 하루를 열고…

노치윤 기자   
입력 : 2002-06-03  | 수정 : 200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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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환씨의 1박2일 체험 새벽예불로 하루를 열고… 차담·참선·울력까지 거뜬 불화그리기·연등제작 경험 발우공양하며 환경의식 함양 "지심귀명례 시방삼세 제망찰해…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재미교포 2세이자 미국에서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영환(26)씨가 생전 처음 경험하는 한국 전통사찰에서의 새벽예불시간. 외국인들의 한국불교 전통문화체험(temple stay)은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일어나 동참하는 불교의식부터 시작됐다. 최씨는 그의 제자인 앤드류 맥컬러(16)군과 함께 5월 26일과 27일 양일간 서울 강남 봉은사의 템플스테이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사실 그가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계기는 월드컵 때문이 아니라 교사들의 모임인 '서울대한학교 네트워크'에 미국측 대표자로 참가한 그에게 "월드컵시즌에 맞춰 한국에 좋은 사찰문화 프로그램이 생겼으니 한번 경험해 보라"는 주최측의 배려에 의해서다. 템플스테이 첫날 오후 4시에 봉은사를 찾은 최씨와 미국인 제자 앤드류 군, 최씨의 한국인 친구 2명 등은 템플스테이 전용 숙소에서 짐을 풀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템플스테이 첫 프로그램은 입재식에 이은 사찰 투어(temple tour). 영어 통역자의 안내로 도심 내 전통사찰의 품격을 나름대로 간직하고 있는 봉은사의 구석구석을 설명 받았다. 투어를 마친 일행은 식사를 끝낸 뒤 저녁 예불에 동참했다. 처음 보는 법당에서 그들은 불교식 인사인 합창과 반배를 연신 따라하기에 바빴다. 저녁 8시 반 템플스테이 관계자가 조용히 일행들을 경내 한 암자로 안내했다. 바로 '차담시간'(tea ceremony)이 기다리고 있었다. 노스님의 손끝에 따라 연한 연둣빛의 녹차는 일행들의 찻잔에 가득 채워졌다. 처음 맛보는 녹차의 여운은 한국인 2세 최영환씨의 마음에 잔잔히 스며들고 있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바로 차담시간 때 나눈 스님과의 대화였습니다. 차를 눈으로 처음 마시고 코와 혀로 맛본다는 스님의 설명에 강한 인상을 느꼈죠. 뭐랄까? 좀 더 내면이 깊어진다는 느낌이랄까요?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물이 연관성이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다음날 아침 4시 새벽예불을 알리는 종소리에 잠이 깬 일행 4명은 부랴부랴 씻은 뒤 예불에 동참했다. 곧이어 5시부터 진행된 참선(meditation). 곧 저려 오는 다리의 고통을 참아내며 1시간동안 자기와의 대화를 가지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6시 아침식사 후 진행된 울력시간에는 저마다 빗자루를 들고 숙소 앞마당을 쓸었다. 이어 9시부터는 불화 그리기, 연등 제작, 인경 등 다채로운 불교문화 체험을 가졌다. 특히 컵등을 제작하는 동안 하얀색과 분홍색 연꽃잎, 초록색 연잎을 컵에 붙이며 누가 더 예쁜 연꽃을 피워내나 경쟁하듯이 만들며 즐거워했다. 오전 11시 템플스테이 마지막 체험인 '발우공양'은 일행에게 남다른 환경의식을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발우공양은 현대적으로 뷔페라 할 수 있죠. 여러 사람이 같이 먹는다는 동등성, 자기 것만 덜어 먹는다는 경제성, 음식 찌꺼기는 자신이 먹어 남기지 않는다는 위생성 등 이 세 가지 정신은 이미 3천년 전에 부처님이 인간에게 깨끗이 살라고 가르쳐주는 발우공양의 의미입니다." 봉은사 관철 스님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는 일행은 조심스레 음식을 먹으며 찌꺼기를 남기지 않으려고 애썼다. 마지막으로 봉은사를 떠나는 그들에게 소감 한마디를 물었다. "템플스테이 기간동안 어떻게 마시고, 먹고, 상대방에게 어떻게 대접하는가를 배웠습니다. 특별히 힘든 점은 못 느꼈고 이 프로그램이 실제로 불교를 많이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돈만 가지고 아무 생각 없이 템플스테이를 찾는다면 예우의 대상인 종교의 신비감이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도 되네요" 최영환씨의 말이다. 김이영씨는 "스님이 된 기분이어서 좋았구, 외국인과 함께 해서 재미도 있었고요. 아쉬움 점이 있다면 3천 배를 못한 점 이예요"라고 말했으며 앤드류 맥컬러 군은 "프로그램 양이 너무 많고 좀 더 진행에 있어 투자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고 한마디했다. (템플스테이란) 31개 사찰개방 불교문화 체험 템플스테이(temple stay)란 동양에서 처음 열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를 맞아 진각종, 조계종 등 한국불교 대표종단들의 사찰 31곳을 개방해 외국인들이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월드컵과 관광문화를 접목시켜 질 높은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1천700여년 동안 한국인의 정신적 귀의처가 되어 온 스님들의 새벽예불부터 저녁공양까지 수행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바루공양과 다도, 세계문화유산의 대장경 인경과 탁본, 선무도 등 다양한 수행·생활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기간은 5월 20일부터 6월 30일까지 42일간이며 지역은 월드컵 경기장 인근 31개 사찰. 사용가능한 총 연인원은 6만8천여 명, 하루 수용인원은 1천600명이다. 외국인이나 외국인과 동행한 내국인만 참여가 가능하며 예약은 인터넷(www.worldinn.com이나 www.templestay.korea.net) 혹은 조계종 포교원(02-720-7060)으로 하면 된다. (템플스테이 특이 프로그램) 경기 강화 전등사는 수도권 내에 위치한 데다가 인근이 바다라는 점을 착안, 염전 생산 체험과 갯벌체험(주2회, 오전10시)을 내놓았다. 전등사는 비교적 참석율이 좋은 편. 서울 신촌 봉원사는 5월 30일부터 6월 한달 내내 오전 11시부터 2시간동안 영산재를 시연한다. 상설 공연은 처음인 이번 영산재 시연은 하이라이트라 할 중요부분만을 추려 외국인 및 내국인들에게 한국불교의 정수를 선사한다. 화려한 붉은 색 가사와 흥겨운 바라춤, 불교식사법인 식당작법 등 평소 접하기 힘든 영산재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경남 합천 해인사는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소장한 점을 살려 원본이 아닌 복제판에 먹물을 바르고 종이로 찍어보는 인쇄체험을 마련했다. 경남 양산 통도사는 불교회화 전문 성보박물관을 둔 점을 감안, 불화그리기를 실시한다. 개개인이 직접 괘불의 조각 그림을 그린 뒤 그것들을 모아 하나의 거대한 괘불을 완성한다는 계획. 충남 공주 갑사는 한국불교 선체조와 불교무술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판소리, 남도민요 등 전통춤 공연 관람과 참가자들의 시연을 마련했다. 전남 고창 선운사는 지리산 차밭에서 기르는 야생차를 참가자들이 직접 따고 가공하고 마시는 체험을 준비했다. 서울 조계사는 두 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숙소에서 머물며 깊이 있는 불교체험을 하는 템플스테이와 3시간동안 다도, 발우공양, 사찰소개를 집중적으로 3개국어로 설명하는 템플라이프가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