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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보살의 삶이 명품인생이다

편집부   
입력 : 2011-11-07  | 수정 : 201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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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당대종사께서는 "상근기는 극락이 가까운데 있는 줄 아는 사람이요, 하근기는 극락이 먼 곳에 있는 줄 아는 사람이니라."(종조법어록 405)고 하셨다. 근기(根機)는 오근(五根)으로 신근(信根), 염근(念根), 정진근(精進根), 정근(定根), 혜근(慧根)을 말한다. 극락은 말 그대로 지극한 안락이 있는 곳이다. 지극한 안락은 현금(現今·현재 지금)에 있다. 현금에 충실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자기가 가진 것을 옳게 쓸 줄 아는 복된 삶을 사는 사람이다. 현재시가 절대시이다. 현재 속에 과거가 있고 미래가 있다. 그래서 최고의 선물은 현금이며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present'라는 단어도 '현재'와 '선물'이라는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을 때이다.

얼마 전 열반한 스티브잡스도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을 했다. 현재의 자리에서 원을 세우고 우직하게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이다. 특히 시간을 잘 써야한다. 평균수명을 80년으로 가정할 때 80년을 하루 24시간으로 나누면 1년은 18분이 된다. 예를 들면 20살은 오전 6시가 되고 40살은 정오가 되고 60살은 저녁 6시가 된다. 내 인생의 시계는 현재 몇 시 몇 분을 가리키고 있는가? 근기가 낮은 사람은 멀리 있는 파랑새를 찾지만 근기가 높은 사람은 뜰 앞의 매화나무에서 행복을 느낀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상근기와 하근기로 구분하자면 5등급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가 5등급 인생이다. 한평생 남을 원망하고 남 탓하며 사는 삶이다. 그야말로 암중암(暗中暗)의 삶이다. 예토(穢土)에서 죽도록 고생만하고 고행으로 승화시켜 업을 바꾸지 못하는 범부중생의 삶이며 평생 동안 업만 더해 가는 고통스러운 삶이다.

그 다음 4등급 인생은 법 없이도 살아가는 착한 삶이다. 죄를 짓지 않고 소박하게, 착하게만 살았지 이생에서 크게 뭐하나 남겨놓은 게 없다. 이 땅에 온 존재이유를 모르는 삶이다.

3등급 인생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삶이다. 흔히 성문과 연각의 수행으로 자신만의 이익과 안락을 위하는 삶이다. 자신은 해탈하지만 남은 제도하지 못하는 이타심이 부족한 삶이다.

2등급 인생은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이다. 남을 위해 봉사는 하지만 정작 자기 수행은 부족한 삶이다. 복덕은 즐겨 짓지만 공덕은 조금 모자란다. 자기 수행 위에 남을 위한 봉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1등급 인생은 자리이타(自利利他), 이타자리(利他自利)의 삶이다. 즉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하는 보살의 삶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현재에 충실한 삶이다.

자기도 성불하고 남도 제도하는 원생(願生)의 삶으로 제로섬(zero sum·합이 제로이므로 한쪽이 이익을 얻으면 상대는 손해를 봄)게임이 아니라 상생하는 삶이다. 영국 언론학자인 칼렌츠키의 '자본주의 4.0'도 나눔과 배려, 공생으로 조화를 이루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말하는데 이는 보살행으로 얻을 수 있다. 1등급 인생은 파이를 넓혀 나가는 삶으로 자기를 키우는 명품인생이고 명품은 장인정신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할 때 태어나는 것이다. 나 자신도 명품으로 만들어야 하고 참 보살로 거듭나야 한다.

극락은 멀리 있는 곳이 아니라 내가 한 생각 바로 돌려 지혜의 문을 열어 1등급의 삶을 실천하는 자리이다. 수연자재(隨緣自在)하며 나의 인연을 좋은 인연으로 만들 줄 아는 '여기 지금(here and now)'이 바로 정토이며 상근기의 삶을 구현할 수 있는 극락이다.

능원 정사/종조법어연구모임 연구위원·대명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