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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선물, 탁발

편집부   
입력 : 2011-10-28  | 수정 : 201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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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의 물이 흐르는 것도, 비가 내리는 것도 넉넉하고도 가누지 못할 무게로 인한 수평을 이루려는 힘(중력)으로, 어찌 보면 평등한 법으로 향하는 순차적인 흐름으로 가늠해 본다. 일상에서 나누는 아름다움은 입던 옷가지나, 남은 음식을 통해서 '바자회' 등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전화기 단추누름을 통한 소액 기부로도 나눔(보시)의 실천기회는 도처에 있다. 넉넉한 자는 베풀라는 시비심이 있다.

이러한 나눔은 발원의 진정성과 정성을 무시하지 못하기에 고귀하다고는 하지만, 더 깊이 자성해 본다면, 남는 것을 나누는 아름다움 보다는 내게도 매우 소중한 것을 필요한 이에게 시비심 없이 자발적으로 주는 것을 진정한 아름다운 '선물(膳物)'이라고, 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 고상한 표현으로 '봉헌물', '성물' 등을 사용하지만, 사람이 부처이고, 자신 속에 있는 영성의 존재는 모든 중생에게 있다는 것을 떠올릴 때, 정성을 다해 소중한 것을 사람에게 주는 '선물'은 그 속에 고귀함이 이미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좀 더 깊이 생각해 본다면 일상 속에 '선물'이 흔한 듯하면서도 진정한 선물은 여전히 희귀할 수도 있음을 안다. 오히려 정확한 표현을 굳이 차용해 본다면 '곗돈'이나 '품앗이', 또는 뇌물에 다름 아닌 것들이 대부분이다. 경조사를 통해서나 상대적 우월한 자에게 주는 것, 받은 것만큼 되돌려 주는 것 들이 진정한 선물일수는 없는 경우가 많다.

노동의 대가로서의 자본이나 재화라는 공식 대신에 '노동'을 '탁발(托鉢)'로 바꾸어 생각해 본다. 유마경(維摩經) 제자품(弟子品)에 따르면 계율에 따라 걸식한 밥을 모든 중생에게 베풀고 부처와 성현에게 공헌한 다음에 먹어야 깨달음에 닿는다 했다. 걸식사분(乞食四分)의 가르침에도 동료, 가난한 이, 귀신, 그리고 나머지를 자신이 먹어야 함으로도 표현한다.

자발적 가난의 영성, 불자의 탁발수행은 물론이고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탁발수행을 통한 자연생태 친화적인 영성은 진정 고귀하다. 자본의 시대에서, 일상적 선물의 영성적 기원을 되돌아보며, 진정한 선물의 기원과 전개에 대하여 본지 만다라의 귀한 지면을 통하여 자성하며 반성하는 가을을 맞는다. 어려워지는 지금의 세상형국을 버티는 지혜를 감히 구해본다.

강태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