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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암 가는 길

편집부   
입력 : 2011-09-30  | 수정 : 201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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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의 전수님들과 설악산 봉정암을 찾아 예참키로 하고서도 내내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교화활동이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따로는 거의 하지 않았는데, 산길 30리에 가까운 먼 거리를 갈 수 있을지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다. 옆에서 정사님은 계속 힘든 코스라며 긴장감을 조장(?)했다. 아무튼 이것을 이유로 산행일정 3주전부터 매일 5킬로미터 내외를 걷게 되었고, 대구에 온지 2년이 지나서야 지척에 있는 대구의 명소 신천변을 걸어 보게 되었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시간을 내어 일부러 하기가 못내 쉽지 않았던 까닭에, 이번 일정이 건강과 체력을 기르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버스를 타고 설악산에 도착하여 셔틀버스를 타고 백담사에 도착했다. 지금부터 봉정암까지는 11킬로미터 가까운 산길을 걸어야 한다. 굳은 각오를 하고서 일행과 함께 봉정암으로 출발했다. 큰비가 오면 쉽게 유실되는 길 때문에 수없이 많이도 돌로 길을 깔았다고 한다. 길게 뻗어 있는 돌길과 계단을 오르며 뭇 사람들의 은혜를 느꼈다. 그냥 이 한 몸만 가지고 산을 오르기도 힘든데 이렇게 먼 길에 돌을 놓고 계단을 놓아 길을 만든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또 일행과 조금 떨어져 혼자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느끼며 한참을 걸었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오르는 이 길 자체가 수행의 길이요, 삶의 길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봉정암에 올랐다.

봉정암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이 높은 산중에 이런 큰절이 생긴 것은 오직 스님들과 많은 불자들의 원력! 그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고요한 밤에 철야로 드려오는 염불소리와 목탁소리는 무척이나 장엄하고 은은했다. 다음 날 새벽 일찍 대청봉에 올랐다가 하산을 하였다. 길고 먼 길이었지만 봉정암에 다녀오는 그 길은 그 자체가 수행의 길이었고,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여러분들의 도움과 은혜 속에서 무사히 여정을 마칠 수 있었다. 더불어 사는 중생들의 은혜와 인연 가까운 분들의 은혜를 다시 한번 많이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해 본다.

 

시복심인당 전수 승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