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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봄에 머리를 땅에 박고 있으면 자란다

편집부   
입력 : 2011-08-05  | 수정 : 2011-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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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이나 추워서 바깥에 나가기도 싫은 겨울이나 계절에 상관없이 돌아가는 녹음기처럼, 우리 심인당에는 녹음기 같은 보살님이 있다. 염송소리가 얼마나 큰지 심인당 입구에서부터 들린다. 처음에는 염송소리가 너무 커서 적응이 잘 안되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졸음도 안 오고 염송에 집중도 잘 된다. 한 달에 며칠 빼고는 거의 매일 오후에 와서 몇 시간동안 큰소리로 끊어지지도 않고 계속 염송을 한다.
그런데 염송만 하고 불사를 잘 보지 않아서 보살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는데 하루는 저녁불사를 같이 보게 되었다. 심인당을 염송으로 가득 채워주니 고맙기도 하고 너무 염송을 많이 해서 힘들지 않을까 하는 안쓰러운 마음도 있고, 궁금하기도 해서 보살에게 물어보았다.

"염송 그렇게 많이 하면 힘들지 않아요? 좀 쉬고 싶지도 않나요? 왜 그렇게 염송을 해요?"

보살이 대답하기를 "어떤 사람들은 제게 너무 심인당에 와서 산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나무가 봄에 머리를 땅에 박고 있으면 온 세상 사람들이 자라지 말라고 울면서 부탁해도 자란다는 것을 99%도 아니고 100% 믿습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내가 업장이 소멸되지 않으면 잘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업장소멸하고 지혜 밝히고 복 지으면 때가 될 때 모든 일이 저절로 다 잘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순간순간 바람도 일고, 태풍이 불어 다 익은 열매를 떨어지게도 하지만 항상 법문보고 조심하면서 살면 반드시 자란다는 굳은 믿음이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습니다"라고 신심 있는 답변을 하는 것이었다.

스승으로서 참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고(苦)가 많은 보살들의 불공을 하면서 해탈할 수 있을까 의심한 적도 있는데 이 보살은 나름 변동은 있겠지만 굳은 신심과 그것을 실천하는 용맹에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안쓰러웠던 마음이 싹 없어지면서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그 보살의 미래는 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가족들이 형편에 비해서 잘 살고 있고, 각자님과의 관계도 좋아져 아주 작은 것까지도 의논하는 사이가 되어서 옛날에 비하면 요즘은 극락이라고 한다.

부처님의 가피를 입고 해탈을 하고도 나태한 마음이 들거나 의심하는 마음이 생겨 신심이 무너지는 경우를 가끔 본다. 더 큰마음을 가지라고, 더 깊은 깨달음을 얻으라고 현실에서 다양하게 법문이 오지만 그 고비를 넘기는 것은 결국 삼보를 믿는 것이다. 그리고 종조님의 말씀처럼 시방삼세에 나타나는 일체 모든 사실들과 내가 체험하는 모든 것들이 법신불의 설법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믿음이 굳게 뿌리를 내렸다면 소원성취가 되고 안 되고 상관없이 우리는 진정한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 확실한 믿음, 그 자체가 우리를 안정되게 하고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다.

승수지 전수·시복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