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사설

사설(제563호)

편집부   
입력 : 2011-08-04  | 수정 : 2011-08-04
+ -
퇴임스승님들의 기로원 진원 실천행
 

기로원 증축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로원은 일생을 중생교화에 바친 진각종 퇴임 스승님들의 노후복지를 목적으로 설립된 주거시설 및 수행공간을 이르는 말이다. 진기 40년, 전 종도들의 뜻을 모아 대구 비산동에 건립하여 법계에 헌공한 기로원은 경북 청도군 소재 금강수도원과 함께 시대를 앞선 종단의 안목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공간으로 손꼽혀 왔다.

그러나 좁게는 불교계, 넓게는 범 종교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기로원이 당초의 목적에 제대로 복무하지 못한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노후한 시설과 부족한 공간 탓에 많은 스승님들이 사비를 털어 사가를 구하는 고충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종단이 평생을 수행과 교화에만 진력한 퇴임 스승님들의 노후를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는 노후복지 차원을 넘어 퇴임 이후 스승님들의 위의와도 직결되는 만큼 시급히 시정되었어야 할 문제였다.

다행히 지난해 퇴임한 복선정 큰 스승님이 기로원에 진원하신 이후 지회심 큰 스승님도 뒤를 이어 진원하심으로써 기로원이 아연 활기를 되찾고 있다. 두 큰 스승님들의 귀감이 될 실천행에 대해 기로원의 원로 스승님들은 물론이고 많은 현직 스승님들도 크게 반색하고 있다. 퇴임 이후에도 여전히 위의를 잃지 않는 두 스승님을 보면서 후학들은 수시로 자기점검을 하게 될 것이고 종단의 체는 더욱 공고해 질 것이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이로써 기로원이 제 기능을 다하게 되어 많은 스승님들이 노후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게 된 점도 두 스승님의 기로원 진원이 안겨준 선물이다. 무엇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이라 더욱 은혜로운 일이다.

차제에 종단 최고 법통이신 총인예하께서도 기로원에 진원하시어 기로원 문화의 새 장을 열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근본도 모르는 근본주의자들이 문제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또 일어났다. 지난 7월 22일(현지시각) 노르웨이 정부청사 폭탄테러 및 우토야 섬 총격사건으로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여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현지 경찰은 용의자가 집권 노동당의 ‘친이민’정책에 강한 반감을 가진 특정종교 근본주의자라고 밝혔다. 용의자는 "무슬림으로부터 서유럽을 구하고 싶었다. 노동당(노르웨이 집권당)은 무슬림을 대거 수입해 국가를 배신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해진다.

그에게는 극우 보수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 반다문화주의 등의 성향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용의자의 이런 여러 가지 이념적 성향에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근본주의 정신이다. 보수주의와 민족주의는 정치적 근본주의와 다름없고, 반다문화주의는 문화적 근본주의와 이음동의어다. 여기에 종교적 근본주의 성향까지 더해졌으니 범행 후 태연히 “잔혹했지만 필요했다”는 발언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근본주의는 본래의 정신에 충실하고자 하는 자세를 견지하고자 한다. 그 자체로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본래의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근본도 모르는 근본주의자가 되고 만다. 정치적 근본주의도 좋고 문화적 근본주의, 종교적 근본주의도 좋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은 인간적 근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 아무리 허울 좋은 이념이 있다 해도 인간의 가치를 부정하는 자세는 진짜 근본주의와 멀어도 한 참 멀었다.

노벨 평화상의 국가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리는 폐쇄적근본주의가 얼마나 반인간적, 반문명적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가를 심각하게 확인함과 동시에 개개인의 근본이 바르게 서야 비로소 가정의 평화, 사회의 평화, 인류의 평화가 실현될 수 있음을 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