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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의 주인과 심(心)의 주인

편집부   
입력 : 2011-06-20  | 수정 : 201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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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종을 창종하신 종조 회당대종사께서는 우리에게 부처님의 법을 전하면서도 물질 다스리는 법과 가정의 문제에 관한 말씀을 많이 설하셨다. 그것은 우리들이 안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시각각으로 전해오는 고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다라니를 중심으로 하는 밀교로 불교를 생활화 해서 시대에 맞는 방편의 법을 펼치셨기 때문이다. 그 중 특히 가정의 문제, 즉 부부간이나 부모와 자식간의 문제는 인정적인 문제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그러면 그렇게 되는 이유를 밝히고 찾아서 참회해 나아가야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본은 '물의 주(主)는 남성이요 심(心)의 주(主)는 여성'이라는 것을 그 중심을 두고 설하셨다. 그래서 "부인을 먼저 교화하는 까닭은 남성은 물질의 주인이고, 여성은 마음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심인불교는 무상진리를 생활 중에 실천하여 유상(有相)을 바루어 간다"(종조법어록 480)고 하신 것이다.

우리가 불사시간에 참회문을 읽을 때도 각각 따로 낭독을 하고 있다. 즉 가정에서 남편과 부인, 자녀들의 위치를 분명히 말씀하신 부분이다. 이미 우리나라가 물질시대 초문에 들어왔을 때 벌써 앞으로 나타날 많은 문제점을 혜안으로 내다보시고 가정적인 문제를 참회문을 통하여 우리들에게 설하신 것이다.

부군에게 유순 하는 일은 여성들, 즉 부인에게 주로 행하도록 하였으며 삼보에게 단시 하는 것은 주로 남성들에게 행하도록 강조를 하셨다. 부인은 남편에게 유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부군에게 유순하지 않으면서 자녀들이 나에게 수순하길 바란다면 잘못된 것이다. 즉 나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곧 그것이 허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인은 남편에게 유순해야 하고 안인행을 실천하여 평화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화순은 양순을 낳고 불화는 불순을 낳는다"(종조법어록 631)라고 하셨다. 남편을 이기고자 하는 마음, 혹은 멸시하는 마음이 있으면 자녀들 역시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자식들이 수순만 하고 부모 말만 잘 듣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나아가서 다 잘 되어야 하는 것이 모든 부모의 바램이다. 그런데 창성이 안 되는 이유는 나는 수순하는 마음이 없고 남편이나 시부모까지도 우습게 여기거나 멸시하는 마음이 있으면 내가 낳은 자녀들이 내 말을 듣지 않고 내 뜻대로 따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을 깨우칠 줄 모르고 자녀들만 나무란다면 뿌리에 병이 들어있는데 가지나 잎사귀에 약을 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삼보에게 단시하여 가정 안에 진애 없다'는 말은, 집안에 어떤 액난이나 재난, 시끄러운 것, 집안 식구가 자주 아프다든가 재산이 들어와도 엉뚱한 데로 나간다든가 집안 식구가 만나면 서로 다투고 화목하지 못하는 것 등을 말한다. 집안이 평안하고 조용하기를 바라면서도 보시할 마음이 없으면 진애(塵埃)가 들끓는다는 것이다. 진애는 '성내는 마음'이 아니고 무언가 자꾸 복잡다단한 일들이 생겨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물의 주인인 남자가 은근히 욕심이 많아서 남에게 베풀 줄을 모르고 꾹 꿍치는 마음이 많으면 집안이 진애가 들끓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조님께서는 그런 마음에, 삼보에게 단시 하는 법을 특히 남자에게 설하신 것이다. 남자는 '물의 주인'이며 주로 돈을 버는 사람이기 때문에 돈의 아까움을 알고 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희사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어떤 물건을 하나 사서 갖다 놓는 것도 아니면서 특히 부인이 희사를 하는 것을 은근히 아까워하고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에 보시하는 마음을 심어주면 가정 안에 진애가 없게 되고 또한 빈곤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부인이 남편에게 유순 하라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 남녀간에 자연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선천적인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남녀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차별과 차이는 분명 다르며 평등이란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여기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은 여군이 전투기를 몰고 탱크를 몰며 사관학교에도 여성을 뽑아서 교육시킨다. 그러나 미군은 아직도 특수전 분야에서는 여군을 배치하지 않는다고 한다. 말로 싸워서 여자를 이기는 남자가 적지만 주먹으로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남자를 이기는 여자도 드물다. 어떤 분야에서는 여자의 섬세한 능력이 남성보다 더 뛰어나게 발휘돼 더 잘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에 폭력배들과 육탄전을 벌여야 하고 무기를 든 강도를 체포해야 할 때는 남자가 더 유리하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국방의 의무는 남자에게만 지우고 있다. 왜 여자에게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주었겠는가? 부처님께서도 '임신과 분만이 여성에게는 고통이기는 하지만, 자식을 두었다는 것이 여성의 힘'이라고 설하셨다.

자연적인 이치로 볼 때도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고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관심과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것은 여성인 어머니의 힘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밖에 나가서 돈을 벌고 활동하는 힘은 남자에게 더 주어져 있다. 먼 태고 적부터 처자를 동굴에 남겨두고 사냥을 하는 것도 남자의 몫이었으며 그 사냥이 현대에 와서 직장이나 직업으로 바뀌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우리 중생 살림살이의 가장 기초가 되는 가정에서 물질의 주인인 남자와 마음의 주인인 여자로서의 기본이 바로 선다면 물은 아래로 흘러가고 불꽃은 위로 타올라 가듯이 그런 자연스러운 도가 이 세상에 행해지리라고 본다.

효원 정사/종조법어연구모임 연구위원·범석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