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죽비소리

스승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이 공인

편집부   
입력 : 2011-06-20  | 수정 : 2011-06-20
+ -

진각성존 회당종조는 "공사(公私)의 구별과 십이희사 실천은 전수, 정사의 첫 번째 조건이니라." "공의 이익을 존중하면 사의 이익은 자연히 따른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종교에서 종교인으로 살아가는 그 자체가 공인으로 사는 것이다. 종교생활을 하는 그 자체는 나의 삶을 사적인 것보다는 공적인 것을 앞세워서 살겠다는 약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종교는 공을 앞세우고 공인(公人)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스님이 되는 의식을 하고, 진각종에서는 스승이 되기 위한 전법관정의식을 한다. 그리고 신교도들은 불제자가 되기 위해 수계관정의식을 한다. 원불교도 교무가 되기 위한 출가서원식을 한다. 천주교도 마찬가지로 신부님이 사제로 서품을 받을 때는 자기의 온몸을 가장 낮은 자리로 낮추어 지금까지의 자기를 버리고 새롭게 공인으로 태어남을 보여주는 의식이 서품식이다. 그때부터 공인의 신부로서 삶을 항상 자각하면서 살기 위해 수단을 입고 생활하는 것이다. 수단을 입는 순간부터 자기는 없고 진리의 말씀으로 사는 삶이 되는 것이다.

진각종의 수계관정은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법대로 살아가라고 계(戒)를 주고 관정(灌頂)을 내린다. 그런가하면 진언행자의 입장에서는 "부처님의 법대로 부처님과 같이 살아가겠습니다"라고 약속을 하는 의식이 수계관정을 하는 자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종교에는 의식은 다르지만 공인으로 살아가는 삶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회당종조는 "스승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을 공인이다"라며 공과 사를 분명히 구분해서 공의 삶을 살 수 있는 사람만이 스승이 되고 진언행자가 될 수 있음을 법으로 설하신 것이다. 공으로 사는 삶이 부처님 법대로 사는 삶이고 우리가 잘사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공인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 자기 자신을 항상 접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와 둘이 있을 때는 둘을 위하는 삶, 둘보다 셋이 있을 때는 모든 것을 셋에 맞추어 사는 것이 공인으로 사는 길이고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크게 이익이 되고 큰 명예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라도 그것이 국가에 손해가 되고 내가 머물고 있는 조직단체에 불이익이 된다면 자기의 이익과 명예를 접을 줄 알아야 공인이다.

이번 동일본 대지진에서 일본인은 많은 인명을 잃고 재산의 피해를 당했지만 국민과 공직자, 그리고 언론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좋은 국가적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우리의 광우병 소동을 생각해보면 견해 차이는 있겠지만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내가 공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며 살아가야 되는지를 자각해야 되겠다.

왜 우리는 공을 앞세우고 공인의 삶을 강조를 하느냐? 공을 앞세우는 길이 내가 잘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공의 자리가 은혜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조님은 공을 앞세워 일을 하고, 공을 앞세워 원력을 세우면 개인적인 사의 일은 저절로 잘 된다고 하셨다. 나 혼자 잘나서 잘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은혜가 없다면 잠시도 살 수 없는 것이다. 숨쉬는 것, 먹고 입고 자는 의식주, 밖에 나가 일하고 활동하는 모든 것들이 공으로써 행해지는, 은혜 없이는 어떠한 것도 살 수 없고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이다.

회당종조는 그러한 공의 이치를 깨치시고 우리에게 법을 설하시고 그렇게 살아가라 하신 것이다. 우리는 모든 삶에서 나와 온 우주, 나와 내 나라, 나와 사회, 나와 내 직장, 나와 내 가정의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현대 다원화된 글로벌시대에 다양한 경쟁이 벌어지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지키기 위해 온갖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개인주의 사상이 극도로 치성한 이 시대에 종조님의 공사법(公私法)은 더욱 더 절실해진다.

경당 정사 / 종조법어연구모임 전 연구위원·아축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