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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보시

편집부   
입력 : 2011-06-20  | 수정 : 201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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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중 심인당에 염송하러 갔다가 커피가 먹고 싶을 때 100원 동전 전용 자판기인데 100원이 없어서 아쉬웠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어제도, 목도 마르고 커피 생각이 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판기 위를 보니 100원 짜리 동전이 하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뽑아서 먹은 커피란 참 고맙고 감사한 맛이었다. 그 누군가 커피를 대접하는 마음으로 올려놓은 그 마음이 전해져서 그 밤중 그 순간에 참 따뜻하고 행복한 맛과 기분을 선물 받았다.

사실 100원 짜리 동전은 아이들에게도 대접받지 못하는 존재다. 그만큼 가치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100원 짜리 전용 자판기 앞에서는 중요한 존재가 된다. 낮에도 보살님들과 법담을 나누다가 100원 짜리 동전이 없어서 커피를 못 마셨던 것이 생각이 나고, 또 그 누군가에게 행복커피를 보시하고 싶어서 기분을 내 잔돈 1천 원을 몽땅 자판기에 넣고 '많이 드세요'라는 마음으로 매일 자판기의 잔액을 관심 있게 보게 되었다. 첫날은 누군가가 200원을 자판기 위에 올려놓고 금액도 줄지 않았다. '야,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보살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참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 다음날부터는 계속 잔액이 줄어만 들었다. 날씨가 더워서 커피를 많이 먹지 않다가 약간 쌀쌀해지니 수요가 는 것이다. 잔액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날짜를 세게 되었다. 드디어 5일이 지나니 내가 가끔씩 보충하여도 제로가 되고 말았다.

100원 짜리 커피를 동전이 없으면 그냥 마셔도 좋고, 한잔을 마실 때 두 잔 값을 넣을 수 있는 여유로운 넉넉한 마음을 가진 보살들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과 집에서 별 가치가 없는 100원을 다른 보살들이 아쉬울 때 먹을 수 있게 채워 넣는 보살도 있었으면 하고 바랐는데 잔액이 제로가 되니….

제로가 돼버린 자판기의 잔액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또 다시 100원 동전을 열심히 집어넣었다. 심인당에서 탐심을 키워주는 것 아닌가? 심인당에서는 무엇이든지 베풀어야지 받을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가르침의 말씀이 나의 동전 투입 중간에도 생각이 났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동전을 넣고 앞으로도 계속 넣을 생각이다. 왜냐하면 나부터 큰 부담 없는 보시를 실천하고 싶었고 커피 100원을 보시한 나의 작은 행동이 어떤 한 순간 다른 사람에게는 크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심인당 커피를 100원으로 마시는 것 자체가 보시가 되지만 항상 넉넉한 잔액을 보며 어느 순간에도 동전 걱정 없이 다른 사람의 따뜻한 보시의 마음까지 같이 마실 수 있다면 조금은 더 훈훈한 세상이 되지 않겠나 싶다.  승수지 전수·시복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