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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적 가치의 위기

편집부   
입력 : 2011-04-18  | 수정 : 2011-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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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가난하고 지도자의 결함이 많은 곳에 더욱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근대의 시작과 동시에 닥친 러시아의 동점, 영국의 차(茶)전쟁 이전부터 아시아적 가치의 균열은 존재했다고 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시아의 개념조차 서구적 잣대에 의한 의미규정에 다름 아니다. 아시아의 범위를 새로 규정해 본다면 둔황의 석굴에서 우연하게 발견된 혜초선사의 왕오천축국전의 구법을 위한 대서사적 여정을 바로 아시아적 지도로 상정해 본다. 서남아시아로 분류되고 있는 아랍연맹국은 서로 무시될 수 없는 거룩함과 영적인 종교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기독교와 이슬람 경전역사의 동류의 신화적 뿌리에 두고 있음에도, 예언대로 반목하고 있다. 수학에서의 영(0)의 발견이라든지 기하학의 정립 등은 찬란한 이슬람 문화의 정수이기도 하다.

한, 중, 일은 서로 다른 발성 언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중, 고대역사를 공유하면서 한자문화권으로 구축되었으며, 지도자들의 공통의 문자로 이해타산과 동시에 전략적, 문화적 연대를 이어왔다. 구법은 머나먼 타클라마칸사막과 히말라야를 넘어 진심과 불심을 다하여 얻은 경전을 해독하거나 득도하여 동쪽의 고국으로 전하고자 하였을 것이며, 일본 역시 수신사를 통하여 금분으로 필사한 경전을 간절하게 구하고자 하였던 중심들의 궤적이 바로 아시아적 가치의 연대였다고 본다.

아시아적 가치의 중심에 일본은 분명하고도 뚜렷하게 존재한다. 일본은 나름대로 빛나는 불국토이다. 여러 겁 속에 지진과 쓰나미로 인하여 크나큰 환란 속에 있어왔고 지금도 그렇다. 실로 불법이 발휘되어야 하는 절명의 시기이다. 당연히도 중국과 한국은 큰 발원으로 힘을 쏟아야 한다. 그리하여 아시아적 가치의 훼손을 시급하게 회복시켜야 한다. 차라리 지금 힘들고 지쳐 보이는 일본의 모습에서 지장보살과 보현보살의 서른두 가지 다른 모습이 보임을 얻는 혜안을 얻기 바란다. 그 모습에 대한 정견을 얻지 못하는 것이 미혹이며 두려워해야 할 시비심이다.

강태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