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그리고 불교(55)

편집부   
입력 : 2011-02-16  | 수정 : 201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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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계 만다라

보리심에서 출생… 견고한 성품

금강계 만다라는 금강정경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금강정경은 대일경처럼 단일한 하나의 경전이 아니다. 많은 세월 동안 여러 가지 변천을 거쳐 이루어진 금강정경계통의 여러 경궤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금강정경이라 불리는 것은 당나라 때 불공삼장에 의해 번역된 3권본의 금강정일체여래진실섭대승현증삼매대교왕경(金剛頂一切如來眞實攝大乘現證三昧大敎王經)을 일컫는다. 이 3권본 외에 시호가 번역한 30권의 일체여래진실섭대승현증삼매대교왕경이 있다. 이는 진실섭경, 초회금강정경, 30권대교왕경이라 불리기도 한다. 위에서 말한 3권본의 금강정경은 진실섭경의 첫 부분에 해당하는 금강계품의 중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부분적으로 번역한 것이다. 진실섭경은 초회금강정경으로서 금강정경의 첫 번째 모임에 불과하며, 불공이 번역한 금강정경유가십팔회지귀(金剛頂經瑜伽十八會指歸)에 의하면 금강정경은 총 10만송으로 모두 열두 곳에서 열여덟 번의 모임이 있었다고 한다.

인도에서 진실섭경이 성립된 시기는 680∼690년 성립설과 6∼7세기에 성립했다는 두 가지 설이 주장되고 있다. 성립 지역으로는 남인도의 북쪽 오늘날의 나그푸르(Nagpur)지방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이것은 금강정의결(金剛頂經義訣)에서 전하는 남천축철탑설에 기인한다. 금강지삼장이 구술하고 불공삼장이 옮겨 적었다고 하는 금강정경의결에는 십만송의 금강정경을 얻게된 연유와 전하지 못하게 된 연유를 서술하고 있다. 남천축철탑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경에 백천송(십만송)의 광본이 있는데, 이것은 제불대보살 등의 깊고 깊은 비밀의 세계로서 일찍이 성문이나 연각, 인천 등은 듣지 못하였다. 금강지삼장에 의하면 이 경의 크기는 침상과 같고 두께가 45척으로 그 속에는 무량한 게송이 들어 있으며, 불멸 후 수백 년 간 남천축철탑 안에 보관되어 철문으로 닫고 열쇠로 탑 안을 봉인했었다고 한다. 천축의 불법이 점점 쇠퇴해졌을 때 용맹보살이 나타나서 처음으로 비로자나부처님의 진언을 지송했다고 한다. 그때 비로자나부처님은 자신의 몸을 나투어 많은 변화신을 현현하고, 허공 중에서 법문 및 문자로 게송의 장구(章句)를 교설하였고, 그것을 옮겨 적자마자 비로자나부처님은 사라졌다. 이것이 지금의 비로자나염송법요 제1권이다. 그때 그 대덕은 지송으로 성취하여 그 탑을 열기를 원했고, 7일간 탑을 돌면서 염송하고 흰 개자씨 일곱 알을 가지고 그 탑문을 두드리자 곧바로 열렸다고 한다. 탑 안의 신들이 일시에 성내며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는데, 탑 안을 들여다보니 향과 등불의 광명이 1장 2장이나 비추며 화보개(華寶蓋)가 안에 가득 차 있었다. 그 대덕은 지심으로 참회하고 대서원을 발하여 후에 그 탑 속에 들어갈 수 있었으며, 거기에 들어가자 그 탑은 닫혔다고 한다. 며칠을 지나 그 경의 광본을 한번 송하고, 잠시 지나서 제불보살의 지수(指授)를 받은 다음 기록해서 잊어버리지 않도록 했으며, 다음에 탑을 나와서 탑문을 다시 닫았는데, 그때 서사해서 기록한 법이 백천송이라 한다."

여기에서 남천축철탑 안의 백천송의 광본은 18회의 십만송을 가리킨다. 그러나 금강지는 금강정경의결에서 그 십만송의 광본을 바닷길로 중국으로 가져오다가 폭풍우를 만나 바다에 버리고 약본 4천송만을 가져와서 번역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금강정경의 남천축철탑설과 10만송의 광본은 단순히 신화적인 전설로만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시에 금강정경계통의 원초적인 형태를 지닌 의궤들이 다수 존재했을 것이라는 점은 예견되는 일이며, 남천축철탑에 대해서는 남인도의 아마라바티대탑이라는 설이 제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금강계 만다라의 도상은 총 9회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앙에 갈마회(하향문일 때는 갈마회, 상향문일 때는 성신회라 부른다)를 중심으로 하여 나선형으로 뻗어 나오면서 삼매야회, 미세회, 공양회, 4인회, 일인회, 이취회, 항삼세갈마회, 항삼세삼매야회이다. 이 가운데 이취회는 대락금강불공진실삼마야경(大樂金剛不空眞實三摩耶經), 즉 금강정경의 계통을 잇는 이취반야경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나머지 8회는 진실섭경을 바탕으로 그려지고 있다. 갈마회를 비롯한 9회의 만다라는 각각의 회가 별도로 독립된 만다라의 구조를 지니면서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흐름을 지니고 있다. 즉 갈마회로부터 나선형으로 뻗어나가 항삼세삼매야회로 나아가는 것과 항삼세삼매야회에서 나선형으로 중앙의 성신회로 돌아 들어가는 것이다. 먼저 성신회로 돌아 들어가는 것은 상전문(上轉門) 혹은 종인향과(從因向果)라고 부른다. 수행자가 보리심을 일으켜 탐진치를 항복받고, 번뇌를 끊어서 성도(成道)의 장애를 없애는 것이 항삼세회와 항삼세삼매야회이다. 여기에서 탐진치와 번뇌장 소지장을 끊으면 온갖 욕심과 갈애가 모두 보리심의 덕을 갖춘다는 번뇌 즉 보리의 뜻을 드러낸 것이 이취회이다. 그 다음 일인회에서는 오상성신관(五相成身觀)에 의해 중생 자신이 원만한 과덕을 지닌 불신(佛身)임을 보인다. 그리고 4불의 가지에 의해서 4지인(智印)을 연 모습을 보인 것이 4인회이고, 계속하여 공양의 사업을 보인 것이 공양회, 선정의 모습을 보인 것이 미세회, 각 존을 삼매야형으로 나타낸 것이 삼매야회이다. 상전문의 마지막으로 불신을 원만히 하여 존형을 드러낸 것이 성신회이다. 상전문에서 각 회의 내용은 중생으로부터 부처님의 경지를 점차 성취해 가는 과정을 나타낸 것임을 알 수 있다.

반대로 갈마회에서 항삼세삼매야회로 뻗어나가는 것은 하전문(下轉門) 혹은 종과향인(從果向因)이라 부른다. 이는 불신을 원만히 한 부처님이 중생교화를 위해서 그 지혜를 점차 발휘하는 것으로, 항삼세회와 항삼세삼매야회에 이르러서는 교화하기 어려운 대상을 조복시키는 것으로 까지 전개되어 일체 중생을 구제하게 된다. 9회 가운데 성신회는 근본이 되기 때문에 근본회라 부르기도 하는데, 각 회는 성신회의 37존을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성신회의 37존은 금강계대만다라라고 부르며 진실섭경의 금강계품 처음 부분에서 설하고 있다. 금강계품에서는 오상성신관이라는 유가관법을 통하여 37존이 출생하는 과정을 설하고 있다. 오상성신관은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는 다섯 단계의 월륜관(月輪觀)에 의해 금강과 같은 몸을 이루어 비로자나법신을 현증(現證)하는 관법이다.

경전에서는 일체의성취보살마하살이 보리도량에서 일체여래의 경각(警覺)에 의해 무식신삼매(無識身三昧)로부터 일어나, 일체여래의 가르침대로 오상성신관을 수행한다. 수행을 통해 불신원만을 현증한 일체의성취보살은 금강계대보살이 된다. 금강계대보살은 일체여래에게 가지를 청하여 가지를 입음과 동시에 4가지 지혜 즉 대원경지, 평등성지, 묘관찰지, 성소작지를 성취하고 금강계여래가 된다. 금강계여래 즉 비로자나여래는 수미산 정상의 사자좌에 사방으로 얼굴을 향하여 앉는다. 그리고는 4지로부터 사방에 아축불, 보생불, 무량수불, 불공성취불을 유출하고 일체여래의 가지를 입는다. 사방의 네 부처는 각각이 지니고 있는 지혜를 넷으로 나눈 4보살을 출생하여, 모두 16대보살이 출생하게 된다. 다시 네 부처는 자신들을 출생시킨 비로자나여래에게 답례로 4바라밀을 출생시켜 공양한다. 4바라밀을 공양받은 비로자나여래는 사방의 네 부처에게 안의 4공양보살을 공양하고, 4공양보살로 더욱 힘을 얻은 사방의 네 부처는 다시 비로자나여래에게 바깥의 4공양보살을 공양한다. 이에 대해 중앙의 비로자나여래는 사방의 네 부처에게 보답하기 위해 4섭보살을 출생하여 사방의 네 문에 위치하도록 한다. 이와 같이 하여 16대보살과 16공양보살이 순서대로 비로자나여래와 네 부처 사이에서 출생하여 금강계 37존이 이루어진다.

네 부처는 물론 16대보살과 16공양보살은 네 가지 지혜를 비롯하여 이로부터 나오는 부처님의 지혜, 4바라밀, 4섭, 부처님에 대한 공양 등을 상징한다. 이들을 금강계 37존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이 모두는 금강의 성품을 지닌 것으로 보리심 즉 아뇩다라샴막삼보리심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5불과 금강보살들은 모두 보리심 곧 자성청정심에서 출생한 것이며, 결코 무너지거나 부서지지 않는 견고한 성품을 지니는 것이다.      
             
김치온(명운)/ 진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