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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

편집부   
입력 : 2010-12-28  | 수정 : 201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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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가 되면 가족들과 친구, 연인과 함께 해맞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동해안에 늘어선 해수욕장과 곶을 비롯하여 설악산, 지리산 등 전국에 퍼져있는 해맞이 명소를 찾아 들뜬 마음으로 떠난다.

필자가 사는 도시 인근에 간절곶이 있다. 매년 해맞이 행사가 열리며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새해를 바라보고 소망을 빌기도 한다. 동쪽 끝자락에 있어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라 해맞이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간절곶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소망우체통은 얼마 전 모 방송국 오락프로그램에 소개되었듯이 전국에서 가장 큰 우체통이다. 동쪽 바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북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한 사람들은 우체통 문을 열고 들어가서 소망을 담은 엽서를 띄운다.

우체통은 가슴에 사연 하나씩 간직한 사람들을 품에 안았다가 다시 세상으로 보낸다. 갈매기처럼 가벼워진 사람들은 차가운 바닷바람 속에서도 자리를 떠날 줄 모르고 바다만 바라본다.

해를 보내고 맞이하면서 우리는 왜 해맞이에만 더 열광하는지 가늠해본다. 필자의 경우는 자기반성의 시간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인가 보다, 하여 해보내기 행사를 통해 지난 일 년을 뒤돌아보며 자기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떠한가. 소외계층과 가난한 아이들을 어루만져보는 건 어떠한가. 묵은해를 정리하여 보내는 것이 진정 새해맞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해는 어김없이 약속시간을 지키며 하루를 지나가고 일 년을 마감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일 년을 준비하며 시계 바늘을 돌린다. 자전과 공전주기에서 시간이라는 추상적 공간을 정한 건 인간이지만 번복을 일삼는 인간의 시간에 비해 자연의 시간은 일각의 오차도 없이 정직하다는 걸 오늘도 보여주고 있다.

반복되는 해맞이 윤회 속에서 '우리는 진정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질문을 던져볼 때이다.

임윤/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