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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주는 지혜

편집부   
입력 : 2010-11-29  | 수정 : 20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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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겨우살이 준비를 하는 나무들을 위해 나뭇잎은 서둘러 떨어지고 있다. 저녁운동 장소인 공원(신라의 고분군)의 오래된 나무를 바라보는 것은 나의 큰 즐거움이다. 또한 계절 따라 여러모로 바뀌는 나무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낀다. 봄에는 파릇파릇한 새싹이 여름에는 무성해 졌다가 가을이 되면 땅에 떨어져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 아무것도 남지 않는 나목(裸木)이 되어 의연하게 겨울을 맞이한다. 성주괴공 자연의 큰 섭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요즈음은 떨어진 잎사귀를 바라보는 것이 즐겁다. 그 위를 거닐면 바삭바삭하고 발끝에서 나는 소리와 낙엽 특유의 냄새가 더욱 정겨움을 준다.

낙엽은 우리에게 많은 지혜를 주고 있다.

첫째는 '때'의 지혜다. 봄과 여름에는 잎이 떨어지지 않고 가을이 되어야만 낙엽이 되어 땅에 떨어진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싹이 날 때가 있고 잎이 돋고 꽃이 되며 열매가 열릴 때가 있다. 때를 알고 때에 따라 움직이는 지혜를 가지라 한다. 천지자연의 모든 만물은 다 때에 따른 순리의 삶을 살고 있다.

둘째는 자기 맡은 바 일을 하는 지혜다. 나무 잎사귀는 뜨거운 태양을 맞으며 영양분을 흡수하여 꽃피우고 열매 맺을 수 있도록 나무를 성장시키는 것이 자기의 사명이고 책임이다. 잎사귀는 직분을 다할 때까지 나무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여름 태풍의 큰바람에도….

셋째는 자기를 버리는 지혜다. 가을이 되어 바람 한 점 없는데도 잎사귀는 저절로 조용히 땅에 떨어진다. 떨어진 낙엽은 거름이 되어 봄에 돋아날 새싹을 위하여 새 생명을 준비한다. 낡은 것은 새것을 위하여 조용히 물러서는 지혜의 실천을 볼 수 있다.

낙엽은 우리에게 헌신의 지혜와 덕을 가르치고 있다.

12월이다.

한해를 정리하며 돌아봐야 할 때가 되었다. 한해를 잊어버리는 '망년'이 아닌 금년 한해 얼마나 성실히 나의 일을 하며 살았는지, 무엇을 이루었는지, 얼마나 보람 있게 살았는가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자문 자성하여 내년의 밑거름을 만들어야겠다.

심법정 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