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그리고 불교(49)

편집부   
입력 : 2010-08-27  | 수정 : 201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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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옴과 자륜관) "자륜은 우주진리의 음성·성불의 종자"

고대의 인도인들은 자연계의 구성요소나 자연현상, 그리고 이들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지배력 등을 신격화하였다. 그 대표적인 것들로 천지의 신 디야바 프리티비, 태양의 신 수리야, 여명의 신 우샤스, 폭풍의 신 루드라, 바람의 신 바유, 불의 신 아그니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추상적인 관념들도 신격화하고 있는데, 신념의 신 슈라다, 격정의 신 마뉴, 무한의 신 아디티, 계약의 신 미트라, 언어의 신으로 바츠 등이다. 이 가운데 언어 신 바츠가 신으로 숭배되었다는 것은 소리가 내지는 자음에 대한 고대 인도인들의 생각을 대변해준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인도에서 소리와 자음에 대한 숭배는 그 역사가 오래 되었다. 인도인들이 숭배했던 대표적인 소리는 그 소리를 성스러운 것으로 여겼던 오옴(Om·唵)이라는 소리이다.

이 오옴자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최초의 문헌은 아타르바 베다에 속하는 만두끼야 우파니샤드이다. 만두끼야 우파니샤드에서 오옴은 시간을 초월한 것이며, 우주의 근원적인 실체인 브라흐만과 각 개체의 근원적인 실체인 아뜨만, 성음인 오옴이 서로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오옴-, 이 오옴이야말로 모든 것이니, 즉 과거에도 있었으며, 현재에도 존재하고,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이들 시간 이외의 모든 것, 그것들 또한 오옴이다." 첫 번째 만트라에서 오옴은 과거, 현재, 미래는 물론 3세를 넘어선 어떤 것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만트라에서 오옴은 브라흐만이며 아뜨만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브라흐만이며, 아뜨만이 바로 브라흐만이다. 이 아뜨만은 네 가지가 있으니." 그리고 오옴의 소리를 아(A), 우(U), 머(M)의 세 글자로 나누어 인간의 의식단계 즉 '깨어 있는 상태', '꿈꾸는 상태', '꿈 없는 깊은 숙면상태'로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A, U, M의 세 글자로 이루어진 오옴의 소리와 그 상징성은 의식의 네 번째 단계인 초월적인 아뜨만으로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글자로 온전히 표현될 수 없는 오옴은 그 어떤 이름으로도 칭할 수 없는 제4의 아뜨만이다. 그는 말로 설명할 수 없고, 세상의 복(福)이며, 그리고 둘이 아닌 오로지 유일한 모습이다. 그러므로 오옴은 그 자체가 아뜨만이다. 이것을 아는 사람은 그 자신 안의 아뜨만 속으로 들어가 하나가 되어 다시 세상에 태어나지 않으리라." 이는 곧 성스러운 오옴을 통해 아뜨만에 이르고 나아가 브라흐만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전기의 따이띠리야 우파니샤드에서는 "오옴자로써 브라만 사제는 의식을 알리는 송가(頌歌)를 부르고, 오옴자로써 불의 의식에 귀의하고, 오옴자로써 브라흐만을 얻기 위한 제사를 시작한다"라고 하였다. 또한 뿌라샤나 우파니샤드에서는 오옴자는 높은 위치와 낮은 위치의 브라흐만이기 때문에, 현자는 그가 의지하는 것에 따라 그 어느 하나에 도달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나의 음소(音素) A음에 대하여 명상하면 인간의 세계에 돌아오고 두 개의 음소로써 명상하면 마음(manas)을 얻어 중간적 세계를 얻지만 A, U, M의 세 음소로 구성된 오옴자를 가지고 최상의 인간을 명상하면 태양의 신 수리야와 합일하고, 껍질을 벗은 뱀과 같이 모든 죄업을 벗어서 사마(Sama)의 찬가를 통해 브라흐만의 세계에 도달한다고 하였다.

이상과 같이 우파니샤드에서는 오옴자를 구성음인 A, U, M의 세 음 혹은 세 음과 거기에 따르는 음의 네 음으로 분석하여 우주와 인간의 언어철학적인 설명을 시도하였다. 그 가운데 맨 첫 자인 A에 대해서는 시대의 변천과 더불어 더욱 중요시하게 되었다. 아(A)자는 범어의 어떤 문자를 취하더라도 아(A)자를 동반하지 않고는 쓰기가 불가능하여 근본적인 글자로 인식되었으며, 인도 유럽어에 있어 아(A)자는 접두어로써 부정의 뜻을 나타내 본불생(本不生)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특색으로 인해 아(A)자에는 철학적인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고, 더불어 그 이외의 자음에 대해서도 철학적인 설명이 덧붙여졌다. 특히 아(阿)자의 본불생은 밀교에서 아자관(阿字觀)이라는 관법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대승불교에서는 범어의 글자에 따라 그 의미를 부여하고 범어와 함께 범어의 뜻을 관하는 수행법이 나타나게 되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계통으로 발전하였는데, 50자문(字門) 계통과 42자문 계통이다. 50자문 계통에는 방광대장엄경, 불본행집경, 열반경, 문수사리문경의 자모품(字母品), 밀교경인 금강정경의 석자모품 등이 있다. 그 가운데 문수사리문경에서 50자의 범어 글자에 대해 설해진 그 의미를 앞 부분의 일부만 살펴보도록 하겠다.

"문수사리여, 일체의 법은 이 모든 자모와 다라니의 글자에 다 들어가느니라. 문수사리여, 가령 아(阿)의 글자를 말하면 무상(無常)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긴 아(阿)의 글자를 말하면 나[我]를 여읨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이(伊)의 글자를 말하면 모든 감관[根]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긴 이(伊)의 글자를 말하면 질역(疾疫)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다."

또 다른 한 계통인 42자문은 마하반야바라밀경의 광승품(廣乘品), 방광반야경의 다라니품, 대방광불화엄경의 입법계품 등에 나타나는데, 밀교 이전의 대승불교에서는 42자문 사상이 주류라고 한다. 화엄경의 입법계품은 선재동자가 53 선지식을 찾아 도를 구하는 내용이다. 선재동자가 이 53 선지식 가운데 모든 예술을 잘 아는 동자[衆藝童子]를 찾아뵙자, 중예동자는 42자문을 펼치었다. 동자는 이 42자모를 부를 때마다 42의 반야바라밀문을 머리로 삼아 한량없고 수 없는 반야바라밀에 들어간다고 하였다. 마하반야바라밀경에서는 보살마하살의 대승을 아(阿)자에서 다(다)자에 이르기까지 42로써 모든 글자나 말의 범주가 된다고 설명하면서, 이 42자를 독송하는 사람은 20종의 공덕이 있다고 설하고 있다. 42자문의 앞 부분의 일부분만 살펴보도록 하자.

"아(阿)자의 범주는 모든 법이 처음부터 나지 않은 까닭이다. 라(羅)자의 범주는 모든 법의 더러움을 떠난 까닭이다. 파(波)자의 범주는 모든 법의 제일의(第一義)이기 때문이다. 차(遮)자의 범주는 모든 법은 끝내 얻을 수 없는 것이니, 모든 법은 끝나는 일도 없고 생겨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대품반야경을 주석한 용수보살은 대지도론에서 42자는 모든 자(字)의 근본이며 이 42자 이외에는 아무런 어떤 자(字)도 없다고 하였다. 특히 방광반야경이나 마하반야바라밀경, 그리고 대지도론에서는 모두 아(A)자를 42자의 근본으로 보고 있으며, 이 아(阿)자는 모든 법이 본래부터 생하지 않음을 나타낸다고 하였다. 이러한 아(阿)자를 비롯한 범자는 밀교에 와서는 종자로서 범어의 글자를 관하는 자륜관(字輪觀)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아축여래염송공양법에 설해진 자륜관의 예를 살펴보기로 한다.

"본명(本明)을 세 번 염송하고 곧 자륜관에 들어갑니다. 심월륜(心月輪) 위에 진언자가 나열되어 있고 금색으로 위광(威光)을 구족하고 있으며 참된 모습의 이치를 사유합니다. 옴자문(唵字門)을 관하대 모든 법이 흘러나옴이 없음을 관합니다. 다음으로 아(阿)자문은 모든 법이 본래 생겨남이 없음[本不生]을 관합니다. 세 번째로 축( )자문은 모든 법이 다함이 없고 멸하지 않음을 관합니다. 네 번째로 폐(陛)자문은 모든 법이 자성이 없음을 관합니다. 다섯 번째로 훔자문은 모든 법이 인연이 없음을 관합니다. 낱낱의 진언자가 법계의 성품을 비추어 보이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마음을 기울여 틈이 없게 합니다."

이와 같이 초심자는 몸의 앞에 월륜(月輪)을, 숙달자는 몸 안에 월륜을 관한다. 이어서 범어 종자 한 자가 많은 종자자에 들어가고, 많은 종자자가 한 종자자에 들어감을 관하고, 심월륜을 점차로 법계에 충만하게 하여 둥근 구슬과 같이 종횡으로 자재하게 관상한다. 이러한 관상을 통하여 범어 종자자의 의미 내용과 자신이 다르지 않아, 절대의 분별이 없는 경지에 이르러 마친다.

이와 같이 밀교의 자륜관은 멀리 고대 인도의 성스러운 소리인 오옴자관에서부터 비롯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륜은 우주 진리의 음성이며 성불(成佛)의 종자라 할 것이다.

김치온(명운)/ 진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