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범불교 결의대회 의미

노치윤 기자   
입력 : 2002-03-16  | 수정 : 200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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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 대표종교=불교 위상확보 3월 5일 조계사에서 거행된 '자연환경 보전과 수행환경 수호를 위한 범불교도 결의대회'는 불교환경운동의 역사에 남을만한 큰 행사였다. 해인사 강원 스님들로부터 부산, 통영, 양산, 광주, 강원도 등 전국 200여 사찰에서 운집한 스님 2천500여 명과 불자 8천여 명은 '환경보호'라는 하나의 명제아래 이날 하나가 되었다. 이 대회의 발단은 LG건설 직원 50여 명이 2월 18일 북한산 관통도로 공사장 입구에 마련된 시위장에서 기도 정진 중이던 회룡사 비구니 스님들을 언어적으로, 신체적으로 폭행한 사건이 원인이 됐다. 1만여 명의 불자가 모인 환경보호 결의대회는 비가 오는 가운데에도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오히려 가열됐다. '죽어 가는 나무를 위한 천도재'나 '사부대중 30여명이 불살생을 발원하는 연비의식'등은 기존의 환경대회와 차별성을 띄며 불교적 생명사상과 환경을 잘 접목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연대사를 통해 "7∼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성지가 명동성당이었다면 새 천년 환경운동의 중심은 조계사와 불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박영신 녹색연합 상임대표는 "앞으로 환경운동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불교와의 연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해 이번 결의대회로 인해 불교가 환경운동의 대표 종교로서의 위상을 가지게 됐다. 이번 대회의 발단이 된 회룡사 스님 구타사건은 북한산 관통도로가 건설될 경우 북한산 국립공원의 생태 및 회룡사 선원의 환경피해가 불 보듯 뻔해 이를 반대하다가 일어난 일이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 정부나 거대기업들의 개발논리에 따른 무분별한 공사로 사찰 환경을 비롯한 국립공원, 늪지, 개펄, 산 등이 파괴되고 있다. 그들의 논리는 '속도와 시간 감축으로 인한 비용 절감'이다. 하지만 정부나 기업의 논리만 볼 것이 아니라 자연환경이 갖고 있는 가치, 예를 들자면 조망권이나 정서적 안정, 산소공급량, 여가활동 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산이 우리들에게 주는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 등 공익기능의 가치를 따져보면 연간 50조원, 국민 1인당 108만원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이 120조 원인 것으로 볼 때 산의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불교환경연대 정성운 사무처장은 "전국에 15개의 댐과 6개의 고속도로가 앞으로 우리 국토에 건설될 예정"이라며 "이미 백두대간 600km에 100개의 도로가 나 있는데 정부정책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사무처장은 이어 "최소한 국립공원과 전통사찰 환경은 지켜야 하며 도로를 건설하더라도 '에코 브리지'를 만드는 등 생태계 복원을 염두에 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치윤 기자 nochi99@milgyonews.net